“중소기획사는 붕괴하고 가수들은 싼 값에 시장에 내던져지고 있습니다. 앨범판매 손익분기점은 10만장인데 평균 판매량은 3만장에 불과해 앨범마다 평균 4억원의 빚이 납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2%도 안 되는 메이저 음반의 성공만을 보며 디지털음악 유료화가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합니다.”
가수이자 작곡가, 음반제작자로 활동중인 MR-J의 하소연이다. 온라인음악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이 네티즌과 메이저 음반사간의 문제로 비춰지는 와중에 수많은 중소기획사와 작곡가들이 죽어가고 있음을 대변한다.
그는 디지털음악 시장의 현재 상황을 ‘시식코너에서 배 채우는 형국’으로 비유했다. ‘들어보고 좋으면 산다’는 주장은 ‘이 옷, 며칠 입어보고 살게요’라는 말과 동일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디지털음악 서비스 업체들이 상당한 수익을 내고 이를 저작권자에게 분배할 수만 있다면 유료화는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함용일 YBM서울음반 대표도 “서비스 업체에게 유료화를 강요한 적은 없다. 다만 사전에 음원 사용을 허락받고 정당한 대가만 지불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무료서비스를 고수하고 있는 벅스의 박성훈 사장 역시 “음원을 공짜로 쓰겠다는 것이 아니다. 수익을 음원권리자들과 나누겠다”며 항상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으니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회원수 1400만명을 자랑하는 벅스의 연간매출이 100억원 정도에 불과한 현실은 네티즌들이 무료 음악사이트를 바라보는 시각을 잘 보여준다. 단지 공짜가 좋을 뿐이다.
때문에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의도적으로 서비스 유료화 정책을 펼쳤다. 음원 신탁관리기관인 음원제작자협회를 설립해 유료화를 선언하는 음악사이트들에 음원 사용을 허락했다. 하지만 비자발적인 유료화는 준비부족과 함께 급격한 회원 이탈만 초래했다.
유료전환 사이트의 대표격인 맥스MP3의 회원수가 5만명이 채 안 되고 나머지 사이트들은 1만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페이지뷰도 지난해 7월 유료화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표 참조> 국내에서 유료서비스 모델의 정착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을 소유하지 못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다운로드 서비스의 유료화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한국기술투자가 무료음악 P2P의 대명사인 소리바다에 유료화를 전제로 20억원을 투자했으며 MP3플레이어 업체인 레인콤이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유리온을 설립하는데 49억원을 출자하는 등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이들은 올 상반기에 서비스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들의 전략은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애플의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를 모델로 음악 선택부터 다운로드, 디지털 기기로의 전송까지 원스톱 서비스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트리밍 분야에서도 가능성은 남아있다. 지난달 월 3000원의 정액제서비스인 쥬크온을 오픈한 네오위즈를 필두로 다음, NHN, 프리챌, 지식발전소 등 포털업체들이 자금력과 질 높은 서비스를 앞세워 유료 서비스를 속속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성공여부는 역시 서비스의 질에 달렸다. 금기훈 위즈맥스 대표는 “사용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질 높은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음원DB의 양을 늘리고 음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커뮤니티 서비스와 각종 패키지 상품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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