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XX들(온라인 음악서비스업체)에게는 우리 음원을 절대 줄 수 없어.”
한 메이저 음반사 대표가 사석에서 했다는 말이다. 온라인 음악서비스업체를 대하는 음반사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온라인 음악서비스가 음반시장의 불황을 가져왔다는 확신이 배어 있다.
음반사 중에는 온라인 음악서비스업체와의 협상에 적극적인 곳도 많다. 메이저음반사 모임의 대변인 격인 함용일 YBM서울음반 대표도 “협상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체와 단체간의 협상에서는 강경파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맥스MP3를 비롯해 푸키, 렛츠뮤직 등 11개 업체가 소속된 한국인터넷음악서비스사업자협회(KAIMS)는 지난해 7월 유료화와 10월 사전 미승인 음악서비스 중단 등의 조치를 통해 음원권리자와의 관계개선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음원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맥스MP3만이 개별협상을 병행해 음원을 확보해왔을 뿐 많은 업체들이 가요 1만곡 정도만을 보유하고 비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KAIMS가 사실상 협상능력을 상실함에 따라 업체들은 개별적으로 살 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이저 음반사들이 자체적으로 디지털음악 서비스를 하기 위해 기존 음악서비스 업체를 고사시키려고 한다”며 비난했다. 음원을 제공하는 것은 철저히 음반사의 선택이다. 특히 포털을 필두로 음악서비스시장에 신규진입하려는 진영이 많기 때문에 음반사들이 기존 음악서비스업체와의 협상에 적극적일 필요를 느끼지 못 한다는 점은 기존 업체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서비스업체와의 협상이 더딘 이유에는 음원권리자 내부의 갈등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문화관광부가 협상채널 단일화를 위해 지난해 2월 음원신탁관리기관인 한국음원제작자협회를 출범시켰지만 메이저 음반사들의 불참으로 매출액 기준 5% 정도의 음원만 확보한 채 유명무실해졌다.
최근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음원정보에 대한 표준데이터베이스와 유통시스템을 갖춘 한국음악정보센터(KMIC)의 설립계획을 밝혔을 때도 메이저 음반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개별 음원권리자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에 대해서도 서비스업체들과 음반사들은 서로 상대방 위주의 정책을 펼친다고 비난하고 서비스업체들 내부적으로는 무료서비스를 고수하는 벅스의 비난에 열을 올리는 등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혼란이 가중되다보니 전체 디지털음악 시장 발전을 위한 논의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음반업계의 내부 갈등이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1년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음원제작자협회가 2월중에 현 집행부를 물갈이하면서 메이저 음반사들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며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음원제작자협회가 정상화되면 일단 음악서비스업체와의 협상이 집중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음원의 활발한 제공은 곧 서비스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
레인콤과 같은 하드웨어 업체가 본격적으로 관련시장에 뛰어들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협력관계 구축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중음악개혁을 위한 연대의 박준흠 위원은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2년째 지속되고 있다. 빨리 타결점을 찾지 못 하면 해외와의 서비스 격차가 벌어짐은 물론 소비자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아 모두가 패배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