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이 아니라 샐러던트다.
최근 가장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책으로 ‘아침형 인간’이 있다. 자기관리와 자기경영을 강조하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가운데 “아침시간을 잘 활용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요지를 가지고 시간이 없어 쩔쩔 매는 직장인에게 없던 시간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새로운 발견으로 각오를 새롭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와 반대로 ‘퇴근 후 3시간’이란 책도 있다. 제목은 아주 다르지만 이 역시 시간만 저녁일 뿐 퇴근 후 3시간을 잘 활용하면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강변하는 것 같다. “퇴근 후 한 잔 어때?” 하는 광고 문구를 참으로 무색하게 만드는 이 책은 아침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일찍 일어나기 어려운 올빼미 직딩들 사이에서 ‘아침형 인간’ 열풍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며 또 한 차례 바람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사실 요즘 직장인들은 공부하는 데 아침과 저녁의 구분이 없다. 각종 자격증 시험을 보는 장소에는 직장인들로 넘쳐난다. 대학마다 직장인을 위한 각종 교육과정도 호황이다. 외국어학원의 새벽반이나 저녁반 수강생은 직장인이 절대 다수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샐러리맨과 스튜던트를 조합해 ‘샐러던트’라 부른다.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학생을 뜻하니 이것도 투잡스인가 우스개로 묻는 사람도 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샐러던트는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직장인의 처지를 반영한다. 특히 요즈음은 30대에 명예퇴직을 강요받는 ‘38선’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시대. 가만히 있다간 낙오자 되기 십상이다. 영어 회화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 하나쯤은 할 수 있어야 그나마 안심이다. 자격증 1∼2개는 필수다.
물론 대부분의 자격증은 당장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든, 현재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투자이든 자기 자신을 계발하지 않거나 특화시켜 나가지 않는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낙오하게 된다.
이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승진이나 인사고과 시 어학능력이나 자격증을 명시적으로 요구한다. 토익점수를 받아야만 승진이 가능한 대기업도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미국 MBA 과정을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제 입사와 동시에 ‘샐러리맨’이 아닌 ‘샐러던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냥 있으면 불안하다는 생각 하나로 뚜렷한 목표도 없이 분위기에 편승해 막연히 공부에 매달리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집에 있으면 불안해서 놀아도 학원가서 논다는 아이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일단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꼼꼼히 조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꼭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혹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공부가 돼야 하며, 그 방법이 자격증 말고도 더 효과적인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