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정대종 우리홈쇼핑 사장(5/끝)

사진; 우리홈쇼핑 개국 2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과 함께 ‘윤리규범 실천’을 다짐하고 있는 필자(둘째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작년 1월, 나는 우리홈쇼핑이 태동한지 채 2년이 되지 않아 대표의 중책을 맡게 됐다. 신유통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었던 홈쇼핑사의 사장으로 부임한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오히려 치열한 경쟁 상황,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시장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선발 홈쇼핑사를 추격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비장한 각오가 앞섰다.

 나는 취임사를 통해 ‘고객만족 최우선 경영’을 선언했다. 홈쇼핑은 다른 유통업과는 달리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점포수를 늘리는 ‘머니 게임’의 사업이 아니라, 1개의 케이블 TV 채널을 갖고 누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진정한 고객만족을 실현하느냐가 성장의 열쇠라는 나의 평소 지론 때문이었다.

 취임 후 이라크 전쟁에 이어 북핵문제, 사스 여파 등으로 경기침체 장기화 조짐을 보여 소비심리도 극도로 위축됐다. 홈쇼핑 5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우리홈쇼핑이 중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전기를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었다.

 이 난제들 속에서 나는 2003년 5월 창립 2주년 기념사를 통해 ‘3 Up 1 Down, Get 2003 캠페인’을 선언했다. ‘3 Up’은 순매출률 2% 상승, 객단가 10% 상승, 전환률 3% 상승을, ‘1 Down’은 고객(CS)콜을 10% 낮추자는 캠페인이었다. 당시 16억원의 적자를 보였던 우리는 시장점유율 확대와 흑자 달성이 필수적이었다.

 대내외적 악재가 산적한 속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결국 나는 7월에 5개 홈쇼핑업체 중 처음으로 카탈로그 사업중단이라는 각고의 결단을 내렸다. 카탈로그 사업은 적자의 주범이었고 카탈로그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던 소비자층이 인터넷 쇼핑몰로 옮겨가고 있었다. 카탈로그 사업 철수는 업계의 변화를 재빨리 읽어낸 탁월한 선택으로 결론났다. 이후 타사에서도 우리의 예를 따라 사업포기, 발행부수 삭감 등에 나섰다.

 불황기에는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과 함께 호황기를 대비해 조직 내부 경쟁력 강화와 서비스, 상품의 질을 높이는 고객 만족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은 적중했다. 일련의 경영혁신 활동을 통해 우리홈쇼핑은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상이익 14억원의 흑자를 실현했고, 목표치를 웃도는 13%의 시장점유율을 실현했다.

 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객을 잘 모시면 매출이 늘어나고 수익이 늘어난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실천해 나갈 것이다. 올해 역시 불확실성이 높은 국내외 경제 여건으로 어려운 결단이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늘 나의 곁에서 소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통형 대표이사 부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의 끈끈한 팀웍과 뜨거운 열정이 있기에 앞으로 다가올 고난과 역경이 두렵지 않다.

 daejong@woo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