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주무국장 맞교대 산자·정통부 표정

 우리 공직사회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실험이라는 공직자 인사교류가 지난 26일부터 실시됐다. 부처를 옮긴 국장도, 새 국장을 맞는 직원들도 어색한 표정과 함께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중동. 산자부 산업정책국의 분위기이다. 유영환 국장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 없어 당분간 그의 업무스타일을 지켜보는 것이다. 업무보고 담당자들은 설 연휴에도 보고자료를 작성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기획원 출신이니 산업이나 경제에 대해 폭넓은 이해가 있을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보더라도 개방적이면서도 세밀한 듯한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준영 국장을 맞은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도 마찬가지다.

 “아직 업무보고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래도 생소한 일도 아니니 잘 할 것으로 봅니다.” 정책국 과장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청와대 중앙부처 실·국장 간담회, 타 부처 인사, 균형발전위원회 등 외부 일정이 많아 아직 수인사밖에 하지 못했지만 서면 보고자료를 꼼꼼히 챙겨 퇴근하는 세세함까지 지녔더라고 전한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을 혁신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의지가 확고한데 되돌아갈 것을 생각하고 게을리 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잘 보좌할 것”이라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 인터뷰 - 산자부 유영환 산업정책국장

 “우선 사람 얼굴 익히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유영환 산자부 신임 산업정책국장은 “아직 본격적인 업무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앞으로의 포부를 거론하기 보다는 같이 일할 사람들을 한명 한명 만나 가까이 다가서는게 더 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면 우선 대·소가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하듯이 사람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유 국장은 “교류근무는 개인적으로 경력관리를 하는데 잇점이 있고 부가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사람이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일을 했느냐가 중요하듯 경력관리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산자·정통은 부처 특성상 환경이나 문화가 상이하기 때문에 (적응하기)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예전 EPB(옛 경제기획원) 경험을 살려 산자부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이번 교류근무제는 정부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고 또 잘되게 하려면 기존에 정통부에서 ‘10’만큼 뛰었다면 여기서는 ‘20’만큼 뛰어서 뭔가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인터뷰 - 정통부 최준영 정보통신정책국장

 “3부 장관들도 머리를 맞대는데 실·국장이 협력 못할게 뭐 있습니까? 첫 단추를 꿰는 만큼 부담감도 있지만 정부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니 열린 마음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최준영 정통부 정책국장은 침착한 평소 성격답게 차근차근 소감과 계획을 말했다. 청와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잇따른 외부 행사에 참석하느라 정책국 업무 보고도 제대로 못받았단다. 그러나 산자부 산업정책국장, 청와대 산업통신비서관 등 다양한 관직 경험이 IT산업 육성에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읽고 있었다.

 그는 진대제 장관으로부터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IT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잘 해보라”는 첫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9대 신성장 동력 육성과 정보화촉진기금 운용 등 굵직굵직한 산업육성정책을 맡은 만큼 친정(?)인 산자부와 껄끄럽지 않겠냐는 지적에 최 국장은 “양 부처에서 논란이 됐던 e러닝산업과 온라인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 등도 합의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싸울게 없을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최 국장은 “정통부에서 많이 배우고 듣는 자세로 일해 나중에 산자부에 가서 그 경험을 잘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정지연 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