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기관장에 듣는다](3)이주헌 KISDI 원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 해 4월 이주헌 원장 취임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논리를 제공하는 산하 기관의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슈리포트나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원의 목소리를 또렷이 했다.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른 사회문화 변동 파악에서 한 걸음 나아가,연구원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또렷히 내기 시작했다. 통신사업자와 수탁 과제로 연결된 폐쇄적인 구조에서도 탈피했다.

 KISDI는 미래 사회 예측과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미래학 연구를 새 방향으로 설정했다. 국제협력 강화와 남북협력 연구도 주요 목표로 삼았다. 이주헌 원장(50)은 “올해는 지난해 기반을 다진 국제교류와 미래학 연구를 본격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과의 전자정부 로드맵 작성 지원사업이 4월경 마무리됩니다. 사업은 삼성SDS, LG CNS 등 우리 SI업체들의 해외진출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법제도 연구까지 단계별로 확장됩니다.” 이같은 개도국 IT정책협력은 올해 미얀마,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도 맺을 계획이다. 중국과는 우정사업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미국 하와이 대학과는 미래학 연구를 공동수행키로 했고 미 UC샌디에이고와는 고위 IT정책과정을 설립키로 했다. 이 원장은 “협력사업, 컨설팅 사업을 통해 우리가 IT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공유하고 해외진출로도 연결시킬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하나의 목표인 미래학 연구는 스웨덴, 미국, 핀란드, 싱가포르, 호주의 미래학 연구원과 연계해 추진된다. 올해는 국내에도 미래연구펀드를 조성해 ‘미래설계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제 IT의 영향을 분석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데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IT인프라와 적절한 경제규모·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5∼10년 뒤의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미래연구에 선진국 연구기관보다 한층 더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일에 대비해 북한의 IT산업 및 정책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남북협력증진방안 연구도 올해 공식화하겠다는 것이 이 원장의 생각이다.

 중심기능인 정보통신정책 연구에 대해서는 두 개의 주요 목표를 세웠다. 첫째가 통신·방송 융합에 대비한 정책이슈. 기술융합은 물론 제도적 융합, 통·방 융합이 어떤 경제효과를 이끌어낼 지를 연구과제로 삼았다. 둘째는 통신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공정경쟁 기반을 조성하는 연구다. 융합 환경에 따른 분류제도 개선 후 지배적사업자를 어떻게 지정할 것인지, 어떠한 틀에서 일관된 정책을 제공할 것인지에 돋보기를 대보겠다는 취지다. “디지털방송 논란도 이질적 집단간 시각차이가 빚어낸 결과라고 봅니다. 타협과 협력을 끌어내는 새로운 이슈를 KISDI가 제시하려 합니다. 공정경쟁과 관련해서는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이 ‘예측가능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정경쟁 정책의 기반이 되는 이론적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원장은 “자체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이들 숙원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해 시장경제 요소를 정책에 대입하고, 유비쿼터스 통신환경에 걸맞는 각종 과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연구원간 차별요소를 없애고 △비정규직(위촉)연구원제를 인턴식의 별정연구원제로 전환 △목표관리형 연구과제 관리 등의 20여개 개혁과제를 올해 본격 실시한다. 20주년을 맞는 내년에 대비한 각종 기념사업과 연구원의 위상강화도 올해의 과제. “이제 낯익은 얼굴도 많아졌으니 우리나라를 위해 KISDI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공고히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이 취임 2년차인 이 원장의 올해 일성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