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3)바이오 신약·장기 발전 전략

◆ 참석자

한용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김종수 전라남도생물산업연구센터 연구소장

안규리 서울대 내과학교실 교수

김인수 LG화학 CRD연구소 바이오프로그램 팀장

유성은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장

장수익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생물보건전문위원

◆ 사회:이영식 한양대 분자생명과학부 교수

 차세대성장동력포럼이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전자신문이 후원하는 ‘제 3회 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가 28일 오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바이오 강국 건설을 위한 바이오 신약·장기 발전 전략’을 주제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영식 햔양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장수익 KISTEP 전문의원의 생명공학분야 현황 발표에 이어 패널로 참가한 한용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김종수 전라남도생물산업연구센터 연구소장, 안규리 서울대 내과학교실 교수, 김인수 LG화학 CRD연구소 바이오프로그램 팀장, 유성은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장 등 5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사회(이영식 한양대 교수)=바이오신약과 장기 분야가 발전하기 위한 기술개발 전략과 정부의 정책 방향, 인력 양성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자.

 ◇장수익(KISTEP 전문위원)=세계 생명공학기술은 5∼6년 이후 지금의 반도체 시장 규모를, 15∼20년 이후에는 정보통신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우리나라 생명공학 기술은 선진국 대비 60∼70% 수준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동물 복제와 형질전환, 미생물 공정 등은 8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이런 기술력을 가진 분야를 집중 육성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83년 유전공학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지속적인 투자로 최근 국내 연구진의 유명 논문 게제 연구 성과가 늘어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범정부적인 생명공학지원이 지속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규리(서울대 내과학교실 교수)=차세대 성장동력의 한 분야로 바이오 장기가 선정된 것은 너무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동물복제와 형질전환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별로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바이오장기 개발을 통한 이식 수술은 현존하는 치료법 중 가장 완벽한 치료법으로 떠올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런 바이오 장기 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다학제간 연구가 집대성된 분야다. 이에 따라 바이오 장기 신약 연구분야의 혁신 역량을 가진 인력양성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의 연구역량 확충, 다학제 협력 대학원 제도 구축 및 시스템 혁신을 통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관련 연구인력 양성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 들을 하나씩 점검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방안은 바이오 부분으로 우수잠재인력을 흡인하고 이들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함으로써 혁신역량을 가진 전문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병역특례제도의 확대 및 최우수 국제논문 게재시의 포상 및 병역 면제 등의 제공 등으로 우수인력이 지속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다학제적이고 통합적인 지식을 가진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다학제 협력대학원 과정의 설립과 MD, DVM, DDS-PhD 과정의 설립 등을 통해 다각도의 전문지식을 종합적으로 습득, 적용할 수 있는 연구인력양성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

 ◇유성은(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 단장)=생명공학은 다학제, 다단계, 시스템 연구 등이 융합 되는 4세대형 R&D 연구 분야다. 이런 연구 분야의 특성을 파악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학연 역할분담 및 협동연구체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또 기반 기술 등 우리나라가 미약한 잃어버린 기술(missing tech)을 보완하고 신기술 개발에 발빠르게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BT R&D 기반시설(SOC)확보가 중요하다. 국가는 기업과 연구소, 학교 등이 관련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나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에 따라 개별 기업이나 연구소가 할 수 없는 화합물다양성과 생물자원다양성, 임상센터, 독성연구센터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각 연구사업 목표를 명확시 설정할 필요가 높다.

 ◇한용만(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바이오 장기분야가 얼마나 성공을 가져다 줄 것이냐에 두려움이 있다. 최근 미국 우주개발팀이 달에 이어 화성에 도착하는 등 우주개발이 꿈으로 시작해서 실현의 시기에 이르렀다. 바로 바이오 장기가 우주 정복과 같은 현상에 있다고 본다. 장기는 치료 방법 면에서 가장 완벽한 치료법이다. 예를 들어 골수 이식이 그렇듯 장기가 난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분야다. 난치 질환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미국은 8만여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기증에 의해 치료 받는 환자의 수는 1만 4000명 선이다. 미국은 장기이식을 위한 복지 비용이 연간 10조원에 이른다. 이종 장기를 연구하면 국가적인 복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과기부, 복지부, 농림부가 관여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범부처적 역할 분담을 기대해 본다. 이종장기를 생산하는 핵심기술인 동물 복제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톱 클래스에 들어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핵심기술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기대해 볼 만하다. 다학제간 실행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김인수(LG화학 바이오프로그램팀 팀장)=장기 이식 분야는 사회적으로 파급효과에 대해 설명해야할 필요가 있다. 또 대기업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싱가포르는 특별한 의료 센터를 만들어 전세계 환자들을 끌어모아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싱가포르의 사례를 벤치마크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새만금 지구나 인천공항 등지에 장기 이식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국가적 비즈니스 모델 수립이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비즈니스로 연계하는 큰 그림이 마련돼야 할 때다.

 ◇김종수(전라남도생물산업연구센터 연구소장)=단독으로 신약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유사과제나 유사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축해 인력과 리소스를 모으고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기업들이 연구나 제품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특혜를 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신약개발에서 연구비는 5%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5%는 임상과 허가가 차지한다. 외국 거대 제약회사들은 용역 연구기관과 생산기관을 활용한다. 머크도 10%밖에 생산하지 않는 등 용역 연구와 생산 기관 육성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 법으론 용역생산 기관이 운영되지 못한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연구 개발 허가 단계마다 부처가 다르다. 그러나 한 단계를 갈때마다 문턱을 넘어가기가 어렵다. 차세대 성장동력에서는 각 부처가 협의회를 통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산학연 공동연구과제를 보면 산학연 모두 항상 불만스럽다. 이유는 기술이전에 대한 문제와 연구자들이 산업체의 생산 프로세스나 허가과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저 연구에 머물고 이를 산업화하는 마인드가 부족하다. 이런 마인드 해결을 위해 산학연 교육이 필요하다. 기업체에 있는 사람이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학교 연구자들이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

 ◇유성은=학교, 연구소, 기업이 역할분담을 정확하게, 학교는 학교에 걸맞은 연구가 있다. 학교 교수들이 개발 연구를 하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3개 축이 미션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협동연구가 된다고 본다. 그러나 3개 기관의 목표 설정이 혼란스러워지면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시행착오가 많아지고 중복연구가 늘어나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본다.

 국가가 인프라 측면에 가장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기업을 도와주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기업이 잘 뛸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생물자원 및 화합물 자원 확보 등 연구자들의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가 연구자금을 주는 것은 WTO등에 제소 되는 문제를 발생하게 될 것이다.

 ◇김인수=신약분야는 워낙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분야에 모두 승부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신약분야는 투자가 많이 필요한 분야로 대기업들이 투자를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83년대 유전공학 붐이 불어 대기업들이 유전공학연구소들을 설립했으나 투자에 비해 결과를 얻지 못했던 실례가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 환상과 실제 성공 후에 성과가 좋지 않아 기업들이 꺼린다. 미래 산업이 바이오라는 것에 대해 모두가 인정하고 있으나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추세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연구소, 기업들이 해야 할 일들이 원론적으로 구분돼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경쟁적 상황이다. 이런 부분들이 정책적으로 유기적으로 고리를 만들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부처 간에 같은 제목의 연구사업이 많아 이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다. 과기부와 산자부 간 똑같은 산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 간 조정과 유기적 결합이 아쉽다. 대기업의 입장에서 벤처기업과 협력을 하고 싶으나 벤처기업들이 갑자기 큰 돈을 바라는 경향이 많다. 기술에 대한 터무니없는 금액을 바래 공동 연구가 와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술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협력 관계 구축이 절실하다.

 ◇안규리=인력 확보가 가장 최우선의 과제다. 대학원생들이 갖는 교육의 기회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교류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보건소 등에 근무하는 인력들을 바이오 연구에 활용해야 한다. 바이오 장기는 집중적으로 선택해서 투자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할 시점이다.

 ◇장수익=바이오 분야에 투자한지 실질적으로 10년이 된다. 삼성이 20년 전부터 투자를 해서 이제 성과를 거두고 있다. BT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리는 특수한 분야다. BT는 이제 시작이다. 이제부터 어떻게 산업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신약 물질이 전임상 임상, 허가 등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전임상 임상에 관련된 복지부와 산업화에 산자부의 긴밀한 관계 구축과 연결 작업이 요구된다. 국가가 삼성과 같은 바이오 회사를 앞으로 10년 내 만들어야 한다. 삼성을 통해 수많은 벤처가 움직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그런 전략적 차원에서 삼성과 같은 대기업 바이오 회사를 만들 시점이다. IT는 순간적으로 바뀌지만 BT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술을 선점하면 후발기업이 뛰어들기에 힘들다. 이런 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이 필요하다.

 ◇한용만=장기는 어느 분야보다 다학제간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유전공학, 축산학, 임상의학 등 다양한 학제간 연구가 필요하다. 단계별 접근도 중요하지만 장기 분야는 초기부터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 절실하다. 공중보건의를 연구에 참여시키는 것이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고 인력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김종수=G7과제에서도 시장을 예측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있었다. 차세대 성장동력 과제에서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시장을 파악할 수 있는 인재를 투입해 시장성을 파악할 필요가 크다. 연구에만 안주하지 않고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시장성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김인수=신약분야에서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시장 규모를 보고 접근하면 경쟁사가 많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우리 같은 열악한 조건에서 경쟁이 가능할 것인지를 따져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성은=다국적 기업이 후보물질 확보를 자체 개발에서 전세계에서 아웃소싱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단계별 연구결과를 활용할 기회가 늘어났다고 본다.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차가운 시각을 없애고 이중 기준을 없애야 한다.

 ◇김인수=다국적 기업들이 연구 성과를 신약 개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팩티브의 성공은 월드컵 우승보다 더 큰 성과다. 사회적으로 바이오 분야에 대한 인식이 낮아 이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임상 1상 정도의 인프라를 갖춘 후에 다국적 기업의 힘을 빌리는 형태로 추진해야 한다. 무조건 돈이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유성은=최근 모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돈 많이 버는 아르바이트로 약의 국내 시판을 위한 시험인 ‘동등성 테스트’를 지목했다. 그러나 이런 테스트를 ‘인간 몰모트’로 비하하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유럽사람들은 이런 실험의 참여를 신약개발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바이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수익=미국에서 연구를 해도 결과를 우수한 저널에 싣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생명과학자들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어 이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요구된다. 향후 10년 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이끌어 준다면 IT 이후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바이오 신약 장기는 거대 복합 학문으로 산학연의 유기적 협력과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 국가 부처의 협력과 정비제도가 요구된다. 정부는 연구개발 SOC구축에 나서야 할 때다. 인력자원 활용극대화를 위해 제도 정비와 다학제 인력양성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국제 동향을 분석해 대응해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민들의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성원과 이해, 의식이 전환이 필요하다.

 <정리=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