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는 대덕연구단지 전경. 중앙에 늘어선 ‘ㅅ’자형 건물군이 KAIST다.
정부가 오는 2008년까지 정부출연연구기관 전체의 법인을 폐지하고 50∼60개의 소규모 연구소로 특화하는 단계별 조직개편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출연연개편안의 향배가 연초부터 과학기술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1일 정부부처 및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최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을 통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대비 출연연의 전략적 발전방향’을 마련하고 현재 20여 개로 되어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50∼100명 규모의 연구소 50∼60개로 세분화하는 초안을 마련했다.
이 조직개편안은 △출연연의 역할을 기초·공공 연구 등으로 명확히 하고 △연구소간 인력 이동이나 설립, 폐지 등을 자유롭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올해안에 1단계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오는 2005∼2007년까지 2단계로 각 출연연 산하에 개별 연구소 5∼6개를 둘 방침이다.
이 초안은 또 △출연연 산하 각 연구소에 자율적, 독자적인 경영이 이루어지도록 자율권을 보장하고 △3년간 운영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수정·보완한 후 오는 2008년께 상급기관인 연구원 법인 자체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번 조직 개편안은 정부주도형이 아니라 출연연 스스로 올해 상반기 안에 기관별 자체 로드맵을 바탕으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추진토록 하고 있어 과거와는 다른 형식을 띠고 있다.
이같은 조직개편안 마련 등 출연연 조직개편안의 등장에 대해 국무조정실측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기간도 5년 이상 걸릴 것이어서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으리란 입장이다.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출연연의 기능 재정립 방안 중의 유력한 대안이긴 하지만 서둘러 집행할 사안도 아닌데다 STEPI측에서도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의견을 낸 상황”이라며 “공청회 계획 자체도 아직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국가 R&D체제 개편안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정부부처간 협의도 진행해야 한다”며 “출연연측에서도 발전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문에 응했기 때문에 ‘큰 그림’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안에 나타난 대로 출연연을 또다시 흔든다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회복불능’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감원이나 퇴출방식의 구조조정은 더이상 없다고 수차례 입장을 밝혀 왔음에도 이같은 출연연의 개편안이 나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구단지의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이공계 기피현상 등으로 어수선해진 기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나름대로 조직을 개편하는 등 안정적인 기관운영에 매진해 왔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