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게임유통업계 쌓이는 재고에 `한숨`

`PS2`·`X박스` 예상보다 안팔려…자금력 떨어져 유통흐름 마비

 용산전자단지내 게임유통업계가 비디오게임 재고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증가하는 재고로 신규 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자금력을 잃으면서 유통흐름이 마비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디오게임 시장이 경기불황으로 시장 활성화가 늦어지면서 ‘플레이스테이션2’용 타이틀 등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와 총판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총판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는가 하면 살아남은 곳도 유통 물량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초 앞다투어 비디오게임 시장에 진출했던 엠드림(현 이오리스에 합병)은 사실상 비디오게임유통사업을 포기했다.

 용산 최대 총판업체 중 하나였던 게임프렌즈는 코코캡콤의 비디오게임 총판 업무에 나섰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다. ‘귀무자2’등 지난해 화제작이었던 비디오게임 유통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냉담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초도물량이 5만장에 달했지만 시장에서는 3만장 정도만 팔려 2만장 이상이 도소매 게임유통업체의 재고부담으로 남았다.

 용산단지내 게임유통업체인 비엔티의 관계자는 “자금 압박으로 지난해 말 총판업체들이 대규모 정리단계에 들어갔다”며 “요즘 용산 게임유통업체들은 대박이 예상되는 타이틀이라도 단기적으로 소화 가능한 물량만 받고 다 팔릴 경우 재주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는 잘못된 시장예측 때문이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플레이스테이션2’의 공급회사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00만대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절반인 50만대 판매에 그쳤다. X박스 공급업체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해말까지 20만대이상 판매를 목표로 마케팅에 나섰지만 실제 소비자에 판매된 게임기수는 5만대에 불과했다.

 한수정 EA코리아 사장은 “EA코리아의 경우 X박스 타이틀 여러 종을 출시했다가 팔리지 않아 손해를 감수하고 다시 거둬들였다”며 “재고부담이 줄어야 게임 유통의 숨통이 트인다는 판단 아래 실시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비디오게임 유통시장은 사실상 국내 중소형 유통사는 거의 사업을 포기한 상태이고 EA, 소니, 코에이코리아 등 대형 해외 유통업체와 지니웍스, 메가엔터프라이즈 등 몇몇 업체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메가엔터프라이즈 여재호 마케팅 팀장은 “게임성있는 비디오 게임을 발굴, 무리하게 물량을 늘리지 않았던 것이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