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패 사태 사건 주요 일지
통일부와 정보통신부가 사행성을 이유로 사이트를 차단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주패 사태’가 북한의 접속 프로그램 보급 및 이에 대한 당국의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와함께 사이트차단 및 남북 경협승인 절차에 대한 실효성 의문과 함께 이제 막 길을 튼 남북간 인터넷 교류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우려도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 지난달 ‘남북전자상거래촉진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교류활성화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산업자원부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통일부·정통부와는 달리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남한 정부 ‘조사 착수’=통일부와 정통부가 지난달 도박성을 이유로 북한 조선복권합영회사가 운영하는 주패닷컴, 바둑, 복권 등 3개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결정하자 조선복권합영회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접속 프로그램 배포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복권 사이트(http://www.dklotto.com)에 “싸이트 접속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경우 우리는 그에 해당한 기술적 대응으로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어느 싸이트도 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공지문을 띄우고 접속 프로그램 ‘프록시IE’의 무료 다운로드를 실시중이다.
정통부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통해 ‘프록시IE’의 배포 사이트 조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정확한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도박은 명백한 불법 행위로, 접속 프로그램을 배포한 사업자에게도 불법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단 실효성 등 ‘의문’=북측의 접속 프로그램 배포를 계기로 우선 사이트 차단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2일 현재 ‘프록시IE’가 배포중인 복권 사이트는 정통부가 이미 차단 결정을 내린 3곳 중 한 곳이다. 정부가 접속을 차단했다는 사이트에서 접속 차단을 막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관계자는 “접속 차단이 안 된 회사가 일부 있는 것 같다”며 “완벽한 사이트 접속 차단은 어렵겠지만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남북경협사업자 승인이 취소된 남측 파트너인 훈넷(대표 김범훈)측은 통일부가 지난 2001년 사업 계획서상 ‘복권사업’이 명시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인을 내줬다며 통일부를 상대로 사업자승인취소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김범훈 사장은 “지난 6월 검찰에서도 훈넷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에 대한 무혐의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통일부가 승인 당시의 문구 해석에 대한 행정 실수 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망=사업자 승인 취소 및 사이트 차단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는 일단 훈넷이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 등에 따라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그러나 정부가 유독 주패 사이트의 도박성을 문제삼아, 그것도 사실상 최초의 남북한 합작 인터넷 비즈니스에 제동을 건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통일부와 정통부가 주도하는 문제에 산자부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지만 훈넷이 사업자 승인 당시 복권 사업 등의 내용을 제시했다면 행정 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협력과 관계자는 “훈넷에 대해서는 일단 사업자 승인 취소에 대한 행정 절차가 이미 끝났다”며 “북한 사이트를 통한 접속 프로그램 배포 사실 등이 확인되면 그에 대한 후속 조치는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주패 사태 사건 주요 일지>
-2001년 12월 훈넷 남북경제협력사업자 승인
-2002년 3월 평양에 조선복권합영회사(이하 조복) 설립, 복권·카지노 사이트 개설
-2002년 4월 통일부가 훈넷에 사이트 운영 중지 명령
-2002년 8월 조복이 바둑 사이트 개설
-2003년 6월 김범훈 훈넷 사장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무혐의 판정
-2004년 1월 통일부, 훈넷 남북경제협력사업자 승인 취소
-2004년 1월 22일 통일부, 주패 사이트 차단
-2004년 1월 26일, 훈넷이 통일부 상대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 신청
-2004년 1월 29일, 바둑 사이트 및 복권 사이트 차단
-2004년 1월 31일, 조복 ‘프록시 IE’ 개발, 공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