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제3대 원장으로 취임한 고현진 원장은 정부산하 기관장으로 취임하면서 시민단체의 반발로 큰 홍역을 치렀던 인물 중 하나다. 그러나 부임 후 7개월이 지난 지금은 주변으로부터 가장 기대를 모으는 기관장으로 손꼽힌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계는 고현진 원장이 갑신년 새해 쏟아놓을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활성화 정책안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공공SI사업 수발주체계 개선이나 SW대가기준산정 등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고 원장이 이끄는 진흥원이 뒷받침하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부임 첫 해인 지난 2003년은 소프트웨어기술입국을 위한 전초전이었습니다. 2004년부터는 SW산업 중흥을 위한 본격 시동이 걸리는 해로 생각합니다.”
고 원장이 소프트웨어에 매기는 가치는 특정 산업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단순 제조업으로 한계에 다다른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선정한 신성장 동력 산업이 규모의 경제뿐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갖추려면 다름 아닌 소프트웨어를 키워야 한다는 지론이다.
고 원장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포함해 디자인이나 노하우, 아키텍트를 통칭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이 없으면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구조를 혁신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내장형SW, 디지털콘텐츠, Its 등 세가지 신성장산업을 기본 기술인 국산 플랫폼부터 육성해 디지털TV, 차세대자동차, e홈 등 첨단 서비스 시장을 꽃피우겠습니다. 전자정부와 군, 교육기관에 국산 응용소프트웨어 도입을 장려해 공공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국내 SW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디지털콘텐츠는 문화부의 육성책과 차별화해 철저히 기술지향적인 전략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모바일 콘텐츠의 유럽진출을 위한 기지국 테스트베드를 만들고 세계 주요 각국에 진출한 아이파크를 통해 현지 테스트베드를 온라인게임업체들에게 제공하겠습니다.”
한·중·일 동북아 3국이 추진하는 공개소프트웨어 활성화 사업도 올해 고 원장이 역점을 기울이는 핵심 아이템이다.
“공개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기술지원센터를 연내 설립하겠습니다. 기술지원센터는 개발자 커뮤니티나 SW 벤처기업과 협력하면서 국산소프트웨어 품질 향상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또 지난해 춘천시, 강원대학교 등 4곳이었던 공개SW 도입 시범 사업 기관을 올해는 8개 더 확충하겠습니다.”
고 원장은 각종 진흥책 외에 업계 스스로 혁신을 추진해 내실을 다지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생각이다.
“변화 속도가 빠른 정보통신(IT)분야는 글로벌화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지만 불행히도 우리 기업들은 재벌구조 때문에 폐쇄적인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진 기업인 IBM의 경우 규모뿐 아니라 DB 2, 래쇼널, 티볼리, 웹스피어 등 응용소프트웨어 혹은 요소 기술을 기반으로 영속적인 경쟁력을 발휘하는 데 우리는 이런 기업이 없습니다. 특화된 응용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중견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 원장은 대기업에는 해외수출지원과 수익성개선(최저가낙찰방지제, 기술성 평가, 용역대가 기준 변경)에 초점을 맞추고 중소사업자는 수주하한이라는 기본적인 보호막 위에 SW임치제도(애스크로), 지체상금 경감제도, 상호보증제도 등의 지원 정책을 실시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이제 도전을 받아들이느냐 머무르느냐는 전적으로 그들의 몫입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