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가 안된다는 편견은 버려~"

디지털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P2P기반 사이트 범람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MP3 유료 다운로드서비스가 최근 발표된 서태지 7집 등에 힘입어 ‘디지털음악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단순한 서태지효과다” “아니다. 다른 좋은 음악도 돈을 내고 받을 준비가 돼 있다”는 식의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디지털음악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준비중인 업체들도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디지털음악시장 가능성 보여준 서태지=디지털음악 시장이 연초부터 ‘서태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태지 7집을 발매한 예당엔터테인먼트(대표 변두섭)의 클릭박스(http://www.clickbox.co.kr)는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주범 IR팀장은 3일 “지난달 27일 앨범 발매와 함께 MP3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다운로드 횟수가 70만건을 넘어섰다”는 언뜻 믿기지 않는 수치를 밝혔다. 곡당 800원임을 감안할 때 6일간 다운로드만으로 6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다운로드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서태지 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태지 음악이 궁금하지만 음반을 사기는 싫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몇 곡씩 다운로드 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김영민 이사는 “콘텐츠 산업에서는 판매량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대단히 크다. 영화 ‘매트릭스’ DVD타이틀이 100만장 팔리면 이는 단순히 매트릭스가 인기 있다는 의미를 넘어 DVD시장에 100만장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라며 “서태지 열풍은 디지털음악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좋은 징조”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MP3다운로드 서비스를 운영중인 클릭박스는 ‘서태지 효과’를 등에 업고 단숨에 디지털음악 대표 사이트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서태지 미발표곡의 독점서비스, 인터뷰 동영상 등을 제공해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한편 코리아닷컴, 프리챌, iMBC 외에 곧 2곳의 대형 포털과 추가제휴를 맺고 디지털음악 시장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신인그룹 ‘동방신기’의 기적=서태지 외에도 디지털음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SM엔터테인먼트(대표 김경욱)가 운영하는 아이라이크팝(http://www.ilikepop.co.kr)은 지난달 17일 발매된 신인그룹 ‘동방신기’의 싱글 데뷔앨범 수록곡을 발매 한 달전 인터넷으로 공개해 2만5000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동방신기가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아이라이크팝은 이전에도 보아 앨범의 MP3파일을 앨범 발매 3일 전에 미리 공개하는 등 발매 전에 경험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얼리어댑터" 심리를 잘 활용하고 있다.

 곡당 다운로드방식을 버리고 앨범 단위로 다운로드받는 디지털앨범 개념을 도입한 것도 눈에 띈다. 수록한 곡 수에 따라 1000원에서 4000원까지의 가격을 책정하고 CD버닝 및 자켓 내려받기 기능을 기본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오프라인 음반 구매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해 호응을 얻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발매될 대부분의 음반을 디지털 형태로 먼저 선보일 계획이며 가사서비스도 본격 제공할 예정이다.

◇전망은 엇갈려=새해 벽두부터 디지털음악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서태지’라는 이름값이 분명히 작용을 했고 아직까지는 P2P를 통한 무료공유가 대세기 때문이다. 결국 콘텐츠와 서비스의 질 확보가 관건이다.

유료화를 준비중인 양정환 소리바다 사장은 “무료 P2P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유료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료서비스의 불편함을 유료서비스에서 말끔히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서태지 다운로드 서비스의 경우에도 P2P 무료 공유 공간에 가짜(fake) 파일이 대량 유포돼 네티즌들이 쉽게 파일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유료 사이트로 옮겨갔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기훈 위즈맥스 사장은 “아직까지 웹기반의 디지털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의 질이 소비자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멀티미디어 기기와의 연동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장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유료시장으로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영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