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이가 있을까. 지난해 중국의 수출액은 4384억달러. 자유 경제를 표방한 지 채 20년도 안돼 일약 선진공업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세계 모든 국가들은 중국을 경계하면서도 최대 시장이라는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여기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 ‘노동집약형’ ‘대량생산’ ‘싼 투자비’ ‘국내(중국 진출 국가) 시스템의 적용 용이’ 등 이점이 있다는 지적이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처럼 사업하기 쉬운 국가인가. 또 적은 돈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인가. 하지만 유갑스럽게도 결론은 아니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2월 최신호 특집 기사로 ‘오해 가득한 세계의 공장 중국’을 10페이지에 걸쳐 다뤘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중국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그 변화 속에서 해외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기존 상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노동 집약형’ 산업에서 ‘고급 기종의 풀 가동’으로=흔히들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으로 생산성을 일궈낸다고 알려져 있다. 똑같은 기계를 사용해 금형을 만들어도 일본에서 드는 돈에 절반 이하로 가능하다. 그러나 원가 절감의 비밀은 인건비가 아니라 기계 가동시간에 있다.
일본에서는 장비 1대 당 월 평균 약 200시간 가동하지만 중국에서는 2.5배인 500시간 가동한다. 356일 가운데 10일간의 휴일, 제품 교환 등을 제외하곤 풀 가동되는 것이다.
세계 수요의 30%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TDK는 “중국이 종업원 수로 보면 적은 임금을 이용한 노동 집약형으로 보일지 몰라도 1인당 생산능력이 일본 보다 월등하다”고 말했다.
◇‘소품종 대량 생산’은 옛말=광둥성 소재 쓰즈카후지제록스 공장에서 생산하는 부품은 1000여 점이 넘는다. 생산 방식은 한 명의 종업원이 조립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담당하는 ‘셀 방식’. 이 방식은 제품 모델을 쉽게 바꿀 수 있어 ‘다품종 소량 생산’에 강하다. 이는 이 공장 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최근 2∼3년간 ‘셀화’ ‘다기공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계열사 동반 진출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의 대부분은 계열사와 동반 진출한다. 물론 계열사와의 거래를 노리는 것이지만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이제 성공할 수 없다. 중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다.
완성차 업체인 마쯔다의 중국 자회사 도요시트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시트는 대부분 혼다와 중국업체의 합병회사인 광저우혼다에 납품된다. 이같은 중국에서의 거래 관계 변화는 거래처가 될 만한 중국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야말로 ‘돈’과 ‘기술’이 필요한 땅=대만의 EMS 전문업체인 UMC 선전공장은 현 19개 라인을 올해 말까지 30개로 늘리는 등 총 2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규모와 최첨단 설비 투자가 없으면 중국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 노무라 히데오 공장장은 “체제를 미리 마련해두면 주문은 자연적으로 늘어난다. 그렇지 못하면 경쟁업체에게 뺏기게 된다”며 “자본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중국”이라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