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학교육 시스템으로는 21세기가 원하는 우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학제적인 선택이 가능한 교과과정을 제공하는 새로운 교육모델을 도입해야 합니다.”
나정웅 광주과학기술원장의 교육관은 확고하다. 30여년간 후학양성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그가 내린 이공계교육 처방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생명과학과 컴퓨터 기술은 물론 기업경영 등 다학제적인 선택이 가능한 교과과정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학생들은 대학 1학년부터 전공의 기초가 되는 학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모든 학과목에서 공학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를 통해 정답이 하나만 있는 시험 잘 보는 훈련이 아닌, 최선의 옳은 답이 여러 개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 원장은 “이러한 혁신적인 교육모델은 미국 올린대·일본 과학기술대학원에서 시범 운영중”이라며 “국내에도 새로운 교육모델이 도입될 경우 기피현상과 학력저하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이공계를 어느 정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오는 2006년 개교를 목표로 학생 10명당 교수 1인 규모(학생정원 600명·입학정원 150명)의 소수정예의 학부과정의 도입을 추진해 국가 과학기술영재교육의 권역별 균형화를 다질 계획이다. 또 올해 2∼3명의 스타급 교수를 영입해 연구능력을 강화하고 95년 개교 이래 해마다 교수 및 학생 1인당 과학기술 논문 인용색인(SCI)에서 국내 대학중 수위를 달리고 있는 연구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원 초기부터 모든 교과목의 100% 영어강의와 박사 학위를 해외 저명 학자에게 검증받는 ‘박사학위 품질보증제도’도 지속적으로 실시해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분위기 조성에 만전을 기한다는 각오다. 아울러 외국인 학생과 교수를 정원의 30%까지 확대 선발하고 2006년까지 종합강의동을 신축해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 석·박사 학생을 유치하는 등 국제화 캠퍼스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나 원장은 특히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정연구 분야 핵심역량 확보에 주력할 생각이다. 미래 전략기술분야인 5T(IT·BT·NT·ET·ST)연구와 융합기술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중장기 국가 대형연구과제를 착실히 수행해 나간다는 것이다.
“5개 학과 연구그룹과 14개 연구센터의 연구기능을 중심으로 다학제간 연구를 수행할 수 분위기를 조성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교수와 학생들의 참여의지가 매우 높습니다. 또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전을 활성화해 벤처창업 등 지역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기관이 되겠습니다.”
이와 관련, 오는 4월 부설 고등광기술연구소를 준공해 광주지역특화산업인 광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기술을 제공한다.
나 원장은 “올 하반기부터는 대학 및 연구소 등이 극초단 광양자빔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국내에서도 극초단 현상의 융합기술 개발이 가능한 펨토(1000조분의 1)과학 기술의 시대를 여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지방화·국가균형발전시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고급과학 기술인재 양성과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원·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