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한국유니시스·한국후지쯔 등 주요 중대형 서버 업체들 비롯한 컴퓨팅 업계가 보험사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보험사는 삼성생명·교보생명·대한생명·흥국생명을 포함한 22개 생보사와 22개 손해보험사 등 총 44개에 이른다. 이 중 대한생명보험이 일찌감치 유닉스 환경의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올 1월 농협중앙회가 메인프레임 기반의 농협공제 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으로 다운사이징 하는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 가동에 들어갔다.
컴퓨팅 업계의 관심은 절대 다수의 다른 보험사들의 차세대 시스템에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방카슈랑스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만큼 올해 경쟁적으로 차세대 시스템 도입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인프레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 시스템은 고비용구조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새로운 금융 환경을 뒷받침하기 위한 유연성 측면에서 적합치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추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대한생명과 농협공제에 이어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흥국생명. 흥국생명은 현재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주요 SI 및 서버 업체에 RFI(입찰제안의향서)를 내놓은 상태다. SK생명·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들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이 수요를 잡기 위한 컴퓨팅 업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빅 4’ 외에도 크고 작은 중견·중소 보험사들이 다수 있기 때문에 한정된 업체간 경쟁 양상을 보였던 은행권 수주전과는 다를 것이란 기대다.
본사 차원에서 메인프레임 윈백(win-back)을 올 한해 주요한 영업 전략으로 선언한 한국HP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다.
한국HP 전인호 이사는 “연내 최소한 5개 메인프레임 수요처를 유닉스 기반으로 다운사이징할 것이며 이중 보험사 사례가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호언 장담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구체적으로 5개 업체를 말할 때는 이미 그 이상의 수요처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 영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아니겠냐”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HP의 자신감은 대한생명이나 농협공제를 자사 유닉스(알파·수퍼돔) 시스템 기반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선발 보험사인 대한생명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유닉스 기반의 보험사 차세대 시스템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만들었으며, 중소 규모의 보험사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별 패키지 솔루션을 적용할 경우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음을 적극 알리고 있다. 또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스러운 보험사를 위해 적극적인 금융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생명·교보생명·현대해상 등 대형 보험사를 메인프레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한국IBM도 중소·중견 보험사에 적용할 수 있는 ‘코어인슈어런스 패키지’ 개발을 오는 3월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IBM은 패키지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구축 외에도 ASP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유니시스와 한국후지쯔도 올 한해 주요 영업 전략으로 보험사 차세대 시스템 구축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유니시스는 사업을 벌일 전담 조직 ‘U3-BANA’ 테스크포스팀을 별도로 만들었으며, 본사 차원에서 구축한 ‘아이앤지 생명보험’에 대한 준거 사이트와 관련 패키지 솔루션을 앞세워 수요처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 PI 등 시중은행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한국후지쯔도 올해는 보험 시장으로 금융 영업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