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전자가 정기 주주총회를 갖는 등 이달 말부터 12월 결산법인들의 ‘주총 시즌’이 본격화된다.
이번 주총은 외국인의 지분율이 사상 최대치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지배구조 개선과 고 배당 요구가 어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확산과 집단소송제(내년 시행 예정)의 영향으로 소액 주주들의 공동 대응 움직임도 확대될 조짐이다. 특히 SK나 현대엘리베이터는 물론 코스닥 기업 가운데도 경영권과 관련 주총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한 기업들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 입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현재 외국인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상장 기업은 130개다. 이는 지난 2002년 말보다 64.6%(51개)가 늘어난 규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업들에 대해 보다 선진국 수준의 높은 투명 경영과 고 배당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외국인 주주(소버린)가 경영권 교체 등을 직접 요구하고 나서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 회복 기대와 글로벌 유동성 증대로 외국인의 국내 상장사 주식 매입이 크게 늘었다”며 “지배구조가 취약한 대형 우량사의 경우 외국인 주주들의 고배당과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 삼성, LG 등 주총 격전지= 소버린과 최대원 회장의 맞대결이 예상되는 SK 주총은 다음달 12일 예정돼 있다. 현대증권은 SK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소버린 측에 유리한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집안간 지분경쟁에 휘말려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이번 주총의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다.
카드 부실과 관련 대규모 감자가 예정돼 있는 LG카드는 물론 삼성카드와 LG카드에 자금지원을 결정한 삼성전자, LG 등도 주총에서 설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밖에 정치권 비리와 연관된 대기업은 물론 최근 적대적 M&A가 언급됐던 코스닥 기업들(쓰리소프트, 새롬기술, 현주컴퓨터 등)의 주총도 주목된다.
◇기관, 소액주주 움직임 강화=미래에셋과 한투, 대투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기존의 중립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이번 주총에서는 확실한 의사 표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분 경쟁이 있을 경우 주주가치를 높이는 편에 서겠다는 것.
참여연대에서 시작된 시민 단체들의 주총 대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시민단체들은 부실 계열사를 지원한 회사나 경영진의 부도덕이 드러난 곳을 중심으로 집중 대응해 왔다. 인터넷 확산 속에 소액주주들이 권리를 행사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팍스넷, 다음 등 주요 사이트에는 이미 수백 개의 소액주주 동호회가 활동중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지배구조 개선 ·고배당 목소리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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