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가 신사업 열기로 뜨겁다.
지난해 뼈아픈 구조조정 등을 통해 부진을 털어낸 보안업체들이 여세를 몰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에 나섰다.
보안업체들의 이같은 시도는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돌파구로 신규 사업을 모색하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주력 사업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는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사업의 다각화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보안 각 분야의 리딩 컴퍼니들이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신규 사업의 윤곽과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는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 보안업계의 분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들 신규 사업의 성패에 따라 보안업계의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매출 선두주자가 신사업도 주도=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보안업체는 이른바 보안업계를 이끄는 분야별 유력 업체다. 이들은 우선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백신 일변도에서 벗어나 웹애플리케이션 보안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부터 웹해킹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방화벽이나 침입탐지시스템(IDS) 등 기존 보안제품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제품 개발은 99% 완료된 상태이며 내외부 테스트를 거쳐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제품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홍승창 상무는 “아직 국내에는 웹애플리케이션 보안 제품이 외산밖에 없는데 내부 평가 결과 성능 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장 개척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보안컨설팅 업계 1위 업체인 에이쓰리시큐리티컨설팅은 로그분석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서비스 성격이 강한 보안컨설팅 사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매출 면에서 덩치가 큰 제품 판매로 사업을 확대키로 한 것. 이미 관련 기술에 대해 특허를 받는 등 기술적인 준비는 마쳤다.
보안컨설팅과 보안관제 분야에서 모두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인포섹도 서비스 이외에 보안제품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포섹은 방화벽이나 IDS처럼 경쟁이 치열한 네트워크 보안 제품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데이터베이스 보안 제품이나 서버 보안 제품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암호 및 인증 분야를 양분하고 있는 소프트포럼과 이니텍도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계정관리(IAM) 제품으로 외국업체와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통합보안업체인 시큐어소프트를 비롯해 세계 방화벽 1위 업체인 체크포인트코리아, 신생 가상사설망 업체인 인프니스 등은 작년 말부터 차세대 보안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침입방지시스템(IPS)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영역 파괴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처럼 보안업계의 신사업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기존 사업으로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특정 분야의 선도 업체조차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다른 업체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보안업계는 흑자 전환이나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사업 영역의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더욱이 최근들어 보안 산업의 각 분야가 유기적인 연관성을 띠면서 이같은 추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리딩 컴퍼니들의 신규 사업 추진은 소위 영역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 경쟁에서 이긴 업체만이 살아남는 등 보안업계의 판도를 크게 바꿔 놓을 전망이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이에 대해 “이미 보안업계의 구조조정은 시작됐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살아남는 업체와 도태되는 업체의 분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사업 추진으로 인한 영역 파괴 과정에서 과거의 출혈 경쟁이 반복돼 보안업계 전체가 동반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