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대만산 제품에 맞서 가격경쟁력에 고전하던 국내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당장의 경쟁력 회복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오히려 대만산에 시장을 빼앗기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높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슈마일렉트론·인사이드텔넷컴 등 국내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은 외주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아래 이르면 이달부터 인건비가 저렴한 대만이나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계획이다.
OEM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시그마컴도 장기적으로는 해외생산 계획을 갖고 있어 해외 외주생산이 조만간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의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국내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의 ‘탈 한국’ 움직임은 값싼 대만산 제품은 물론이고 MSI·기가바이트·AOpen 등 내로라하는 제품들도 저가판매를 통해 시장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인하에 한계가 있는 국내 제조사로서는 가격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부품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가 높아 가격으로는 대만산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불문율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그래픽카드 칩셋을 국내 공급하는 피치텔레콤 김동기 부장은 “소비자 취향에 맞게 스펙을 조정하기 쉽고 즉각적인 사후관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국산 그래픽카드가 높은 지지를 얻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경쟁력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 생산의 경우 원가에 적정 제조마진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슈마일렉트론의 김찬동 팀장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안”이라고 토로했다.
슈마일렉트론(대표 윤제성)은 이 달부터 대만 회사를 통해 저가형 그래픽카드를 생산하는데 이어, 4월부터는 아예 국내 생산을 종료하고 모든 생산을 해외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이로써 5만∼7만원 가량 가격을 낮추고 영업외 리스크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마의 인지도와 제품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 설계는 국내에서 담당하고, 슈마 직원이 대만에 상주하면서 스케줄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인사이드텔넷컴(대표 엄주혁)도 자회사인 중국의 우진코리아를 통해 제품을 생산할 방침이다. 상반기 중국공장이 설립되면 하반기부터는 양산체제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량은 월 5만∼6만개 수준으로 국내 저가형 모델 및 미국 수출물량을 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외 시그마컴(대표 주광현)도 OEM과 병행해 유통시장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주생산이 필요하다는 방침아래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산 일색의 컴퓨터 주변기기 분야에서 그나마 국산으로써 자존심을 지켜온 그래픽카드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원가절감으로 대만산과 가격차를 좁히겠지만 기술이 입증되지 않은 공장에 외주를 맡김으로써 제품 안정성이나 사후지원에 흠집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관련업계에서는 “한국에서 디자인을 설계하고 생산만 외국에 맡기는 것이며, 국내 인력이 상주하면서 스케쥴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지만 일전에 자네트시스템이나 유니텍전자도 원가부담을 못이겨 그래픽카드 사업을 중단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산 그래픽카드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품질·시장 모두 불안" 우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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