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CMO]송규철 한국오라클 마케팅본부장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 사번이 174번입니다. 영업을 뺀 대부분 분야를 두루두루 거쳐서 그런가 그래도 한국오라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일을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지난 95년 한국오라클에 첫 발을 내딘 송규철 마케팅본부장(41). 언제부터 마케팅본부를 맡고 있냐는 질문에 지난해 ‘만우절‘ 날 첫 부임했다고 웃는다. 근무 10년을 맞지만, 마케팅을 맡은 지는 이제 1년이 안된 셈이다.

 한국오라클은 국내 진출한 외국계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매출 2000억원을 넘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90년대 국내 DB 분야에서는 가히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지만 이제는 여러 곳에서 경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분야 특성에 경기 침체 까지 겹쳐 기업 성장도 정체 국면에 돌입한 지 3년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팅본부장으로서 부담은 만만치 않을 듯 하다.

 “여러 곳에서 리눅스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라클은 97년 DB 업체 중 가장 먼저 리눅스를 지원하는 제품을 내놨습니다. 그리드나 유틸리티 컴퓨팅 역시 실제 기업 업무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선 애플리케이션 단의 인프라 지원이 중요한데, 오라클이 이같은 환경 구현의 주도권을 잡고 있지 않습니까.”

 트랜드를 이끌어 온 오라클의 저력을 보면 현재의 상황이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답이다. 송 본부장은 이를 “‘오라클은 꼭지(시장 트랜드)를 잡고 성장해 온 기업”이라고 표현한다. 과거 네트워크컴퓨팅 환경이나 서버/클라이언트 환경, 오픈 개발 언어로 부각된 자바 지원 등을 모두 앞서 이끌어 왔다는 것이다.

 송 본부장은 중학교를 마치고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 국방성 소프트웨어 엔지지니어로서 컨설팅을 오래 한 것도 그의 독특한 이력이다. 그러나 송 본부장은 이같은 캐리어와는 오히려 ‘이질적‘ 일 수 있는 철학을 갖고 있다.

 ‘다국적IT기업의 지사는 곧 한국기업이며 절대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 물론 송 본부장이 이같은 생각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오라클이 그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한 몫 한다.

 송 본부장이 자랑하는 사례가 하나 있다. 90년대 초 우리 정부가 타이콤이라는 주전산기를 개발할 당시, 오라클 본사가 자사의 소스코드를 한국 지사에 두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일이다.

 “소스코드는 브랜드와 함께 소프트웨어 기업 에게는 최고의 자산입니다. 미국 본사에 가서 사용할 순 있어도 이를 지사에게 가져다 놓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은 찾기 드문 사례일 겁니다”.

 국내 DB와 유관한 컨설팅이나 아키텍처 분야에 전문가들이 곳곳에 숨어 활약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국익에 도움되는 회사의 노력‘이 한 귀퉁이쯤은 차지하지 않겠느냐는 게 송 본부장의 견해다.

 느긋한 인상을 보이는 만큼 일에서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는 송 본부장은 “알콜이나 골프와도 거리가 멀다”고 겸연쩍어 한다. ‘물‘을 좋아해 수영을 즐기는 것이 취미다.

 송 본부장은 올해 한국오라클 마케팅 방향에 대해 “고객의 관심이 IT 통합과 그로 인한 비용절감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독립 솔루션 벤더로서 진정한 고객 IT 통합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