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성장동력포럼이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전자신문이 후원하는 ‘제4회 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가 11일 오후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디지털 TV·방송 분야 세계 선점을 위한 전략’을 주제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최윤식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광주과학기술원 호요성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한국방송 기술연구소 황해섭 소장, 전자부품연구원 디지털미디어연구센터 이석필 센터장, 픽스트리 신재섭 사장, 넷앤티비 박재홍 사장 등 5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참석자
황해섭 한국방송 기술연구소 소장
호요성 광주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이석필 전자부품연구원 디지털미디어연구센터장
신재섭 픽스트리 사장
박재홍 넷앤티비 사장
사회=최윤식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사회(최윤식 연세대 교수)=디지털TV와 방송 분야의 산학연 전문가를 모시고 디지털 TV와 방송에 대한 현황과 육성책에 대해 들어 보겠다.
◇호요성(광주과기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디지털TV는 고품질 영상과 고음질 오디오를 포함해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분야이다. 기술동향을 살펴보면 초창기 흑백 TV에 이어 컬러 TV 시대가 열렸다. 2000년 대부터 HDTV 등 디지털 방송의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 단순 시청형 방송에서 단방향 데이터 방송, 양방향 지능형 멀티미디어 방송, 고 지능 실감 방송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TV에서 중점적으로 연구개발해야 할 분야를 살펴보면 고화질, 고음질 방송, 다채널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두 번째는 개인용 방송이다. 이동통신환경에서 동영상 멀티미디어 방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TV의 종착역은 실감방송이다. 사실감과 현실감을 제공할 수 있는 3차원 입체 TV가 등장할 것이다. 물론 기술 개발이 중요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담당할 인력 양성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방송과 관련된 연구센터를 설치하고 특화 교육을 하는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또 산학연 협동 연구 및 인턴십을 활성화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높다. 특히 DTV는 외국과 프로그램 공유 등이 중요한 부분으로 국제 공동연구가 요구된다. 또 국제 표준화사업을 확대해 국제 표준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경험에서 알 수 있듯 방송 방식에 대한 표준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여러 분야의 종합적 산물인 디지털 TV는 총수출 451억 달러, 총 무역흑자 98억 달러의 기대 효과가 예상된다.
◇사회=디지털TV는 정부에서 말하는 차세대 성장동력 중 가장 상품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분야다. 이런 분야를 성공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술적 동향과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을 말해보자.
◇이석필(전자부품연구원 디지털미디어연구센터 센터장)=디지털 방송 관련해 국제적으로 인프라 및 서비스 등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서비스 제공자나 방송 수신기 개발업체가 모두 이익을 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모두가 이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가 개발돼야만 산업 자체가 성장할 수 있다.
◇박재홍(넷앤티비 사장)=DTV 방식논란이 많은데 방송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 같다. 고정수신 분야에서는 고화질 위주의 서비스로 발전돼 가고 있으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역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DMB는 우리가 만들어낸 개념이고 서비스이므로 그만큼 앞서가는 게 중요하다. 남이 전망하는 시장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서비스와 새로운 비즈니스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2월 방송법 통과가 지연되면 올해 안에 DMB 본방송은 불가능하고 내년 상반기나 돼야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산업화가 지연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시작해 세계 시장에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회=기술적으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확실한데 법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고 있어 사업화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황해섭(KBS 방송기술연구소 소장)=KBS에는 6개 본부가 있고 글로벌센터에서 국제적인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최근 디지털 미디어센터가 설립됐다. 디지털TV가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KBS는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KBS는 DMB의 관련 기술을 개발해 8월경 시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뉴미디어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위성 DMB는 통신사인 SK텔레콤과 경쟁이 될지 공생이 될지 알 수 없다. 우선 DMB도 사업이 돼야 사업자가 필요한 것이다. 지상파 4채널이 확보가 된 후에 다른 채널들이 공존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지상파를 모두 DMB에 채널을 두고 나머지를 분배해야 한다.
DMB를 일반적으로 자동차용 서비스로 보기 쉬운데 자동차는 1000만대 밖에 안되기 때문에 사업성이 없다고 본다. 결국 휴대폰과 PDA에 탑재돼야 한다. 개발하는 중소기업에서 한 채널을 배분해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신재섭(픽스트리 사장)=디지털TV나 DMB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방송솔루션과 기기는 크게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한다. DMB를 매개체로 방송사 과제를 해본 경험을 보면 국내 업체가 개발한 장비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우리가 돈은 벌지만 원천적인 기술면에서는 국가적으로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방송 서비스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안정수신이나 고화질 수신뿐 아니라 시청자 참여, 이동 중 서비스 등 복합서비스 개념을 추구하게 됐다. 그러므로 특히 방송장비나 서비스는 이들을 실현할 수 있는 기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촬영해 전달만이 아니라 시청자와 주고받을 수 있는 장비가 앞으로 많이 나올 것이다. 핵심부품이나 수신기에서는 우리가 세계 톱이다. 여기에 있어서는 수출 면에서 경쟁력이 확보됐다. 그러나 방송장비나 콘텐츠 부분에서는 많이 뒤졌다. 정부나 자금력 있는 기관에서 더 많이 지원해야 전체적인 장비나 콘텐츠 산업이 육성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까지 송출력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국내 기술력으로도 좋은 품질의 장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사회=신성장동력에 디지털TV 방송 기기에 관련된 과제가 하나도 없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에 경쟁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산학연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주시죠.
◇박재홍=산학연 협력을 항상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산학연 협력이 잘 성공된 분야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추상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각각의 입장에 따라 부분적으로 아웃소싱하는 협력 방법을 가져가고 있다. 최근 산학협력 지원제도를 수행하는 기관에 점수를 주는 형태가 있다. 디지털방송에서 보면 현실적으로 우리 입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측면에서 지역적인 협력을 볼 수 있다. 서비스와 원천기술, 산업화에서 앞서간다고 생각하는 대학과 연구소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진국이 가진 특정한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국내에 정착하는 단계에서는 기업의 입장이 중요했다. 그러나 현재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학교와 연구소의 입장이 더욱 강조된다. 원천 기반 기술이 빠른 속도로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는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연구소의 역할 또한 강조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국내외 표준화를 이끌어가는데 한계가 있다. 기업은 일정 범주 안에서 시장 확대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따라 정부 출연 연구소들이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국제 표준화에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학교에서 연구소로 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술 트라이앵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학교입장에서 산학연 협력에 대해 말해주시죠.
◇호요성=방송 쪽에서 새로운 기술이 많이 나오고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 기초기술 연구는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일단 기업은 당장 이윤을 낼 수 있는 단기 사업에만 집중한다. 정부나 출연 연구기관은 이와 달리 중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장기적인 투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에서 기초 기술을 개발하면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쓸 수 있는 지식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자공학이나 방송 관련 분야 학제에서 일정 기간 동안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 교육 외에서 회사나 연구소에서 필요한 내용을 귀담고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들을 위한 교육센터를 마련해야 한다. 요즘은 해외 학생을 유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 외국 연구소에 대한 관계를 강화하고 학교 내 인력 교류와 기술 정보 획득을 위한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석필=산학연 관련해서는 서로 불신의 벽이 높다. 학교에서 개발한 내용을 상품 개발에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장기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반면 기업은 빨리 상용화하기를 원하다 보니 괴리가 있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서로 만나 연구소나 기업, 국가에서 각각 해야 할 부분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경우가 적은 게 실정이다. 기술을 개발해 빨리 상품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기업에서 할 수 없는 일, 즉 장기적으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기술을 어떻게 상품화할 것인가에 대해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한다.
◇신재섭=산학연 연구의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 디지털TV 수신기 개발인 것으로 안다. 90년대 정부는 돈 투자, 산업체는 우수 인력 개발, 학교에서는 기술개발 등 역할을 분담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제도나 서비스, 다양한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안 되고 대기업 위주로 기술개발이 진행됨으로써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에 뒤질 수 있는 위기 상황까지 왔다. 중소기업은 우수한 기술이 있더라도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운영을 위해 소모적인 일들을 하게 되고, 상품화가 한참 지연된 상황에서 뒤늦게 제품을 내놔도 경쟁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빨리 승부를 겨룰 수 있는 기술개발 및 상품화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학계나 연구소의 기술자들이 안정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자금이 지원돼서 우수한 중소기업이 많아진다면 국가 경쟁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재홍=수신기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 장비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과거에 수신기 시장이 생길 것으로 예측돼 수신기를 잘 만들어 팔면 충분한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는 서비스와 송신기 등 토털 솔루션을 모두 가져야 시장을 만들 수 없다. 특히 대기업은 대규모 시장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술은 어디에 있던지 사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논리로 어쩔 수 없는 분야다. 그러나 우리 국가가 성공하려면 엔드투 엔드 기술력을 보유해야 한다. 국가 사업 기획에서 보면 장비 자체의 시장만 보는 경향이 있다. 한 개 제품에 대한 시장만 파악하고 파급 효과에 대한 고려가 없이 사업을 기획한다. 실제 이런 시각에서는 제대로 된 접근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호요성=정부에서 연구개발에 현재도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ITRC, ERC 등 센터가 많고 연구비 지원 규모도 커졌다. 그런데 결과를 이용하는 부분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연구결과는 센터가 문을 닫거나 하면 학교에만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 이전돼 상품화하는 데는 미약하다는 생각이다. 또 연구마다 주력 분야가 다르다. 작년에 ITRC 만들었는데 중복성 논란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다. 하고자 계획했던 게 있다면 일부 중복되더라도 밀고나가는 게 필요하다. 또 방송 쪽에는 ITRC는 2개밖에 없다. 앞으로 수요가 많을 것이므로 산업체 인력 재교육 등 교육센터가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전문가들이 우리 실정에 맞는 교재라든지 체계적 개발을 위한 시스템도 필요하다.
◇박재홍=여전히 연구라는 말이 들어가면서 중복성 문제가 더욱 논란이 된다. 이에 따라 대학이 특정 분야에 대한 개발 기술이나 연구개발단이라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인력양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인력양성을 통해 연구개발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석필=국가에서 제도적 뒷받침 필요해 한 말씀 드리겠다. 디지털TV나 수신기 내부를 들여다 보면 70% 이상이 외국산이다. 국산 부품을 쓰지 않는 이유는 안정성과 신뢰성 때문이다. 부품 개발업체들은 많지만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간 및 장비 등에 대한 지원은 미약하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부품을 우리가 사용하지 않으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 우리 것을 쓰겠는가. 인력양성 관련해서도 분야별로 역할이 있으므로 여기에 맞춰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실수요 중심의 교육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공학교육에서 보면 산업체로부터 어떤 인력을 원하는지 물어서 관련 교육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학계가 스스로 수요에 맞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신재섭=제대로 된 결과를 내기 위해선 부처 간 중복이 되더라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디지털TV분야는 지금 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연구력을 낭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줘야 불필요한 소모전을 막을 수 있다.
◇이석필=국책과제에서 다른 부분과 중복을 막기 위해 새로운 분야를 만들다 보면 서로 중복되지 않는 분야는 없다. 이에 대한 융통성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호요성=대전 엑스포를 계기로 디지털 TV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런 열기로 현재 국내 연구진이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최근 정책적 문제로 연구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술이나 방식을 정할 때 완벽한 시스템이 아닐지라도 전폭적인 지지와 진행과정에 수정이 필요하다.
◇박재홍=일부 보수적인 쪽에서 방송을 산업이 아닌 문화로만 보게 되면 산업적인 분야는 외국에 종속되게 된다. 외국의 기술과 장비를 가져다가 국내에 들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나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방송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조직이나 기관에서 이 같은 부분을 직시해 줬으면 한다.
<정리=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