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마니아들은 국제전화를 공짜로 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기 게임기 ‘X박스’의 감춰진 무료 국제전화기능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개발에서부터 네트워킹을 지원하도록 만들어진 X박스가 음성채팅이 가능하도록 설계되면서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무제한 음성통화가 가능한 것.
이처럼 무한대의 ‘공짜’ 국제전화가 더욱 탄력을 받은 것은 지난해 MS가 비디오게임의 본격적인 온라인화를 선언하며 ‘X박스 라이브’ 전략을 구체화하면서부터다.
‘톱스핀’ 등 주요 게임에 대전 모드가 기본으로 삽입되면서 게이머간 게임신청과 수락·음성채팅이 가능하게 됐다. 자연스레 X박스를 구입해, 라이브에 가입하면 X박스는 곧바로 게임기는 물론 국제전화 전용 전화기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
X박스의 국내 판매를 총괄하고 있는 세중게임박스측에 따르면 최근 이같은 기능이 입소문으로 전해지면서 유학생이나 장기출장, 이민 등으로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X박스 구매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전화 다량 이용자라면 한두달이면 게임기 가격을 넘어서는 비용을 국제전화로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X박스를 구입한 대학생 최 모씨는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자신이 구입한 X박스는 자신이 갖고 가고 본가에 X박스를 하나 더 설치한 뒤 떠나기로 결심했다. 여가시간에 게임도 즐기고 가족들에게는 공짜 국제전화로 안부를 전하려는 뜻에서다.
X박스가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고, 인터넷만 연결되는 곳이면 특별히 다른 규격을 맞출 필요도 없어 이같은 무료 음성통화 기능을 사용하려는 인구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세중게임박스는 이같은 기능을 X박스 판매 확대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드러내놓고 마케팅을 벌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국제전화사업자인 KT가 전략적인 제휴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같은 기능의 확산은 KT의 국제전화사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껄끄로운 해석 때문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