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업계와 온라인게임업계간 갈등이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2만여 PC방 업주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기영)는 최근 엔씨소프트·웹젠·넥슨 등 주요 게임업체에 온라인게임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과 PC방 가격 정책 제고를 촉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보낸 데 이어 이들이 공급하는 게임의 불매운동을 도모하는 포스터를 제작, 전국 PC방에 배포하기로 했다. 또 내달 초까지 정부산하 기관과 시민단체, 학부모단체, 언론 등이 참여하는 ‘온라인게임 개선공청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온라인게임업계에 대한 전면전 양상까지 띄고 있는 이같은 PC방업주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시장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출발점은 가격 갈등=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와 주요 게임업체의 갈등의 시발점은 역시 가격 문제였다. 협회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리니지2’ 웹젠의 ‘뮤’에 대한 PC방 서비스 가격이 과도하다며 반발했고 이어 넥슨도 ‘메이플스토리’의 PC방 유료화를 계기로 협회측과 갈등을 빚게 됐다. 그러나 문제해결 과정에서 협회측이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단순한 가격갈등이 그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던 게임산업 이면에 숨겨진 각종 문제점들이 파헤쳐지는 계기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기영 협회장은 “현재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시스템, 성주제도, 청소년보호를 위한 이용시간 제한, 수익의 사회환원 등 그동안 지적됐던 광범위한 문제들을 시민단체와 연대해 이슈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급효과는 미지수=현재로서는 협회의 불매운동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아직 의문이다. ‘리니지’ ‘뮤’ 등의 경우 이미 동시접속자수가 6만∼10만명 이상인데다 증가세도 꾸준한 상황이다. 협회 차원에서 불매 운동을 추진하더라도 PC방을 상대로 하는 엔씨소프트 등 3사의 PC방 총판업체 네트워크가 워낙 강력한데다 개별 PC방 업체들도 일단 인기가 보장되는 게임은 서비스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01년 CCR가 개발한 캐주얼게임 ‘포트리스’를 PC방 유료화를 실시했을 때에도 협회 차원에서 크게 반발했으나 결국은 ‘국민게임’ 수준으로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또다른 대박 게임 나오면 판도변화 가능=주목할 것은 방대한 유저들을 보유하고 있는 네오위즈의 피망게임, 다음커뮤니케이션 계열의 다음게임 등이 ‘무료 PC방 전략’을 공격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발게임업체에서 ‘리니지’ ‘뮤’와 같은 이른바 ‘대박성’ 게임이 나온다면 PC방 유료화 모델은 급속히 타격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형 다음게임 사장은 “PC방은 온라인게임을 성공시킬 수 있는 주요한 유통채널”이라면서 “PC방과 공존하는 마케팅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온라인게임 게임포털 아메토닷컴의 주재선 사장은 “몇몇 게임업체들의 시장 독과점이 중소 온라인게임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막았고 결과적으로 PC방 업체들도 시장 다변화를 꾀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PC방업체와의 장기적 갈등이 게임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