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대 마이크로소프트’
이름만으로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는 두회사가 21세기 게임시장의 자존심을 걸고, 정면으로 맞붙은 게임기가 바로 ‘플레이스테이션2’(PS2)와 ‘X박스’다.
이들 게임기는 온라인게임의 독무대가 되버린 한국시장에서 ‘콘솔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한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지난 2002년 2월 PS2가 먼저 진입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X박스가 가세하면서 두 게임기간의 시장경쟁은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일단 초반 한국시장에선 선공한 PS2가 다소 앞서 있는 상태다.
PS2 공급원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국내 공급된 PS2는 모두 55만대로 베일에 가려져있는 X박스의 공급 대수에 비해 많이 앞서 있다. 이같은 초반 선전의 이유에 대해 SCEK측은 우선 풍부한 게임타이틀을 꼽는다.
지금까지 한글화된 대작 타이틀 153개를 포함, 모두 226개의 타이틀이 PS2용으로 국내에 선보였다.
올 들어서도 이미 코코캡콤이 액션게임 ‘귀무자3’를 한글해 일본과 동시발매한 것을 비롯 코나미마케팅아시아도 인기 스포츠게임 ‘위닝일레븐7’을 시판했고, EA코리아가 스퀘어에닉스의 초대형 RPG ‘파이널판타지 X-2’의 발매 계획을 내놓는 등 대작타이틀 출시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PS2 진영은 이처럼 게임타이틀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게임기 판매 확대 및 개발사의 게임개발 의욕 고취라는 양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맞서 X박스 진영도 공급 대수와 타이틀 수에서 뒤쳐있는 자존심을 올해는 반드시 회복한다는 전략 아래 총력공세에 나섰다.
X박스를 공급하고 있는 세중게임박스는 올해 전략의 초점을 ‘대작중심의 타이틀 라인업’, ‘온라인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맞추고 있다. 우선 출시를 기다리는 대작으로는 올 상반기중 선보일 ‘헤일로2’가 있다. 세중 측에서도 “초히트작 하나면 게임기 판매순위기 뒤바뀐다”고 말할 정도로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 유저들 사이에서 ‘헤일로’가 큰 인기를 끌면서 벌써부터 온라인 게임카페 등에서는 ‘헤일로2’의 출시를 기다리는 이용자들의 아우성이 끌어넘치고 있다.
X박스 진영이 내세우는 또다른 강점은 바로 ‘X박스 라이브’로 대변되는 온라인 비디오게임 전략이다. X박스 안에 인터넷 연동을 지원하는 이더넷 카드를 기본 탑재함으로써 비디오게임을 ‘혼자 즐기는 것’에서 ‘여럿이 대전할 수 있는 오락물’로 끌어올린 것이다. 세중게임박스도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에 가장 잘 맞는 게임기 사양”이라며 X박스의 온라인 기능을 추켜세우고 있다.
이같은 경쟁구도로 볼 때 올해는 PS2가 지금까지의 여세를 계속 몰아 압도적 경쟁구도를 그대로 지키느냐, X박스가 그간의 격차를 현격히 줄이며 순위구도를 압박해가느냐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PS2는 현재 세계적으로 70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여기에 X박스가 지난해말 현재 1370만대를 판매하며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미국·일본 등 국지적 판매량 증가세에서는 양측간에 엎치락 뒤치락하는 변화가 생기면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졸업·입학시즌 맞아 양측의 가격경쟁도 점입 가경이다. 이미 19만원대로 맞춰져있는 X박스의 시장공세에 맞서기 위해 PS2도 졸업·입학생을 대상으로 같은 가격대의 특별 이벤트를 들고 나왔다. 2004년도 졸업·입학생의 경우 24만8000원짜리 PS2(모델명 SCPH-50005/N)를 내달 14일까지 19만8000원에 한정 판매한다.
이에 질세라 세중게임박스 측도 X박스의 판매가격을 졸업,입학시즌에 맞춰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프로모션을 추진하다 최근 백지화 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