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콘코리아 2004` 이모저모

 최근 반도체 수요 회복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세계 반도체 장비재료 업계의 주요 행사인 ‘세미콘코리아 2004’가 3일간의 일정으로 18일 삼성동 코엑스 종합전시장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500개 가까운 업체가 참가했으며 세계 경기의 회복세를 반영, 상당히 낙관적인 분위기가 참가 업체들 사이에서 느껴졌다.

○… 올해 반도체 투자 40% 늘어날 것

스탠리 마이어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회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0년을 정점으로 2년 연속 하락했던 세계 반도체 관련 장비 투자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 올해 40% 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과 일본 시장이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는 12% 증가한 반면 한국 시장은 89%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세계 반도체 투자는 지난해 대비 39%, 한국 투자는 40% 증가해 시장 규모는 각각 221억달러,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어스 회장은 “2003년과 올해 가파른 장비 투자 증가율을 보이겠지만 지난 2년간의 투자 위축을 고려하면 과잉이라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05년경 투자 성장률이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한편 히가시 테츠로 도쿄일렉트로닉 회장은 “디지털 가전, 개인용 플래시메모리 등의 신규 시장이 열린만큼 과거 PC 기준으로 시장 예측을 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대는 높으나 분위기는 어수선

올해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가 완연할 것이란 전망을 반영, 세미콘 행사에 참가한 업체들 부스에선 활기가 느껴졌다. 업체들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좋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실적을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참여 업체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올해 세미콘코리아 2004 참가 업체는 495개로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어든 반면 부스는 지난해 922개에서 올해 950개로 다소 늘었다. 올해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약간 줄어든 1만5000명 정도가 될 전망이다.

SEMI측 관계자는 “전시회는 2∼3년의 기간을 두고 준비하기 때문에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대기업이나 외국계 고위 임원들의 참석이 저조한데다 어플라이드매터리얼스 등 일부 대형 업체들이 올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 여전히 소수 업체에 목매…

최근 한국 반도체 장비·재료 업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주요 수요처가 여전히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산업의 활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일부 업체들은 “주요 수요처가 1∼2군데의 대기업인데 이들 업체들은 굳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접촉할 수 있다”며 이번 행사에는 신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행사 참가 업체 중 국내 업체의 비중이 늘어나고 외국 바이어들의 발길은 뜸해지는 추세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한 외국계 장비 업체 관계자는 “한국이 과점 시장이라도 구매력이 크기 때문에 본사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