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기업의 개별 연구소 역할을 할 겁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주덕영 원장(60)의 의지는 단호하다. 올해부터는 중소기업 하나 하나의 개별 연구소가 되겠다는 뜻이다. 연구소 설치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중소기업에게 장비·인력·기술력 등 일체의 기술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개별 기업의 연구소 역할을 한다는 구상이다.
주 원장은 이를 위해 전국 기업 집적 단지에 생산기술지원센터 설치를 늘리고 있다. 이미 행정 기능을 담당하는 천안 본원 외에 인천·안산·광주 등지에 10개의 연구 센터를 배치해놓고 있지만 이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지자체의 요구도 폭발적이어서 현재 부산시·구미시·전라북도·경상남도로부터 연구 센터 설치를 요청받고 있는 상황이다.
“취임 이후 일관된 지역 분산형 연구센터 배치에 공들여 왔습니다.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이라면 어디든 기업 밀집 지역에 뿌리 내려야 마땅합니다. 기업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이쪽에서 먼저 찾아가야 하고 그것도 한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둥지를 틀고 수시로 소통해야 합니다.
그는 “이것이 바로 기업밀착형 지원”이라고 말했다. “정부출연 연구원이 기업 현장 속으로 들어가 기술 지원의 기동성을 발휘하는 거죠. 뿐만 아니라 주변의 대학, 지방자치단체 등과도 협력해 합친 힘을 기업 지원의 한길에 모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산업클러스터의 핵심이죠.”
생기원은 또 이미 한양대학교와 손잡고 안산 클러스터 구축의 큰 틀을 짜놓았다.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내에 연구센터를 설치해 안산시 경기테크노파크 등과 함께 안산·시화지역 중소기업들을 밀착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 지역은 전체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40%가 모여있는 우리나라의 경제 엔진. 따라서 생기원 안산연구센터가 들어서는 2005년께 한양대학교의 교육연구기능·경기 테크노파크의 기술지원기능, 공단의 생산기능, 수도권의 소비기능에 더해 생기원의 실용화 노하우를 추가하게 되면 온전한 산업클러스터 모델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 원장이 이처럼 산업클러스터로 대변되는 지역분산형 연구센터 배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까닭은 중소기업의 실용화기술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 생존의 동력을 수출로부터 얻는 나라입니다. 수출의 90%가 제조업이에요. 따라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용화기술 즉 생산기술은 국가의 경제 엔진을 가동시키는 연료이자 세계와의 접속을 가능케 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민간 부문까지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의 R&D 규모는 세계 8위를 기록,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며 “그런데 과학기술 경쟁력은 20위권 밖에 머물고 있어 가치창출 효과가 막대한 투자규모에 값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장은 그 주된 원인을 ‘실용화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부족에서 찾고 있다. 이에 그는 기업이 요구하는 현장중심의 연구개발, 특히 기술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용화기술 개발 노력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설립 15주년을 맞는 생기원은 지난해 양적·질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했다. 개발 기술의 실용화 성공률, 중소기업 지원 회수와 규모, 국제 공동연구 비율, 생산기술 노하우 및 경영 자립도 면에서 국내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지난 성과에 안주할 수 없죠. 중소기업은 생기원의 고객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고객들과의 중단없는 접속을 통해 중소기업 생산현장 전체를 혁신할 것 입니다.”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국가 경제가 견실해진다고 믿는 주 원장이기에 그의 결의에 신뢰가 더욱 간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