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유통 채널]중대형컴 시장 "내손안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망라해 컴퓨팅 시장에서 유통 채널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한국HP나 한국IBM 등 조 단위에 이르는 대형 컴퓨팅 업체의 간접판매 의존도는 물량 기준 70% 이상, 매출 기준으로도 절반 가까운 수준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한국EMC는 사업 초기부터 파트너사가 직접 LC를 개설하는 등 100% 간접판매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통사가 1차고객=유통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공급사(벤더)의 1차 고객이기 때문이다. 흔히 ‘볼륨제품’이나 ‘유통모델’로 불리는 저가형 서버는 주로 채널을 통한 간접판매로 영업이 이뤄진다. 지금처럼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유통 조직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형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수요 자체가 급감된 지난해, 벤더들은 직접판매 급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부족분을 채우는 첩경으로 현금보유능력이 있는 대형 유통사들을 통한 1차 판매를 적극 활용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간접판매의 대상 품목이 저가형 로엔드 모델에서 미드레인지급으로 그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IBM이 중형급 유닉스 서버를 ‘유통모델’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같은 현상은 서버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가격 대비 기능이 높아지고 있는 경향과 맞물려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국내 유통사의 역할은 SMB(중소·중견기업)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공급업체들의 전략에 따라 국내 그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외국 업체가 직접 영업을 진행할 수 없고, 지역 까지 영업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국내 유통업체들의 지원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솔루션 기반의 서비스 업체로 특화=국내 유통 채널들은 특화 솔루션이나 특정 수요처 발굴 등을 토대로 ‘전문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같은 현상은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웬만한 규모로는 승부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하지만 국내 컴퓨팅 역사가 20년을 넘어가면서 산재해 있는 무수한 국내 업체들이 특정 업종이나 솔루션을 바탕으로 한 IT 서비스 능력에 남다른 노하우를 발휘하고 있는 긍정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중견 수준의 유통 업체들과 ISV(독립솔루션벤더)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또 유지·보수 서비스와 같은 IT 서비스를 책임지는 국내 업체들의 역할이 유통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에 따라 솔루션 기반의 SI 사업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유통 업체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하드웨어 유통 2라운드 조짐=올 컴퓨팅 유통 시장은 지난해 이어 ‘2라운드 전’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IBM과 LGIBM은 최근 총판을 새롭게 정비했다. 특화 제도로 운영해오던 BP(비즈니스파트너사)를 최소화, 엄격화 하는 대신, 총판과 리셀러를 통한 간접판매는 더욱 강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IBM의 공격적인 유통 전략을 지켜보던 한국HP도 아이테니엄 영업을 본격 펼치는 올해부터는 유닉스 판매와 IA서버 판매를 맡은 채널 관리 창구를 단일화해 간접판매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또 스토리지 진영에서는 지난해 말 10개 총판을 중심으로 채널 조직을 정비한 한국EMC가 올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국내 스토리지 시장은 제품 세분화와 SMB 시장으로 확대를 계기로 올해부터 본격 유통 전략이 중요한 승부수로 떠오른 상태다.

◇솔루션 공급사 채널 지원 박차=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오라클, 한국CA,SAP코리아 등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솔루션 분야에서도 국내 유통 채널들이 소프트웨어 설치 및 사후 서비스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따라 파트너 십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과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 중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대표 주자 핸디소프트와 한글과컴퓨터가 최근들어 유통 채널 정비를 단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제는 유통전문업체 시대=토종 컴퓨팅 유통 전문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웨어 분야의 중견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오롱정보통신, LG엔시스, 영우디지탈 등이 대표적인 업체로 대부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며 이 분야의 전문 유통 업체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SW유통 분야에서는 아이티플러스, 펜타시스템테크놀러지, 다우기술 등과 같은 솔루션 기반의 유통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패키지 유통 전문업체로는 다우데이타,소프트뱅크, 인성디지탈,소프트랜드 등이 대표 주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패키지 분야에서는 인터넷이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백신을 비롯한 패키지 유통 업체들은 인터넷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온라인서비스, 콘텐츠 유통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