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갖춘 채널이 소프트웨어 매출을 좌우한다.
소프트웨어 유통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과거 유통하면 제조업체에게 물건을 받아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전부였다. 물론 고객을 발굴하고 가격 협상을 하는 등 영업적인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역시 유통은 일종의 ‘거간’ 개념에서 머물러 있었다.
이는 곧 한계를 드러냈다. 인터넷의 대중화로 고객은 제조업체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며 제조업체는 고객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접점이 마련됐다. 소위 유통업체의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다우기술의 최헌규 사장은 이에 대해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업계는 99년부터 시작된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단속과 IT 솔루션 도입 붐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지만 곧 벽에 부딪히게 됐다”며 “고객의 요구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소프트웨어에 적용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유통업체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도 이러한 문제점을 간파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소프트웨어 업체는 유통업체가 솔루션 공급업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술력의 확보를 요구했다. 단기적인 매출 부진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협력업체는 과감히 관계를 끊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총판을 비롯해 협력 업체를 성격에 따라 5가지로 구분하고 이를 또 3단계로 나눈다. 협력 업체가 어디에 위치했느냐에 따라 지원은 천양지차다. 당장은 매출이 나오지 않아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마케팅 비용 정도는 아끼지 않는다.
정도는 다르지만 오라클이나 CA, BEA 등 굴지의 소프트웨어 업체도 마찬가지다. 한국오라클은 글로벌 비즈니스 사례를 많이 발굴하는 협력업체에게는 높은 실적을 매기고 도입 사례의 개수 대신 품질로 협력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개념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CA는 기술력을 확보한 협력업체에게 여신제도, 마케팅 펀드, 인센티브 등 한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최대한 강화할 계획이며 BEA코리아는 협력사가 통합 프로젝트나 포털 등의 분야에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좀더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이에 부응하기 위해 체질변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 고객 가운데 시장 잠재력이 크고 고객 상향 파악이 잘 돼 있는 분야를 골라 집중 공략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한국CA의 협력업체인 제니시스기술은 금융기관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SAP코리아가 자랑하는 협력업체인 브릿지솔루션그룹은 SAP솔루션 도입에 부담을 느껴온 중견 및 중소기업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결국 더 이상 국내에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는 존재할 자리가 없다. 기술력을 확보하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 솔루션 공급업체로 거듭나는 길이고 여기에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