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거상 호설암은 경영의 3대 요소를 사람·물건·이름이라고 했다. 사업의 주체는 사람이고 그 대상은 물건이다. 또 사람과 물건에는 당연히 이름이 따라 붙는다. 호설암은 가장 일반적인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한류’가 아시아를 휩쓸고 있다. 드라마가 각국 안방을 차지하고 개봉되는 영화마다 줄줄이 대박 잔치다.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1000만 관객돌파가 낯설지 않다. ‘방화’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사람들도 새삼 한국영화의 수준에 놀란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의 60% 이상을 한국 게임이 장악하고 있다.
걸음마 단계인 캐릭터 분야에서도 엽기토끼 ‘마시마로’가 한국시장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타 산업에 비해 가장 뒤쳐졌다고 생각했던 문화산업이 빠른 속도로 타 산업을 추월하고 있다. 호설암의 경영이론으로 보면 문화산업에 있어 물건은 이제 비교적 경쟁력이 있는 요소가 됐다. 그렇다면 문화산업의 ‘이름’은 어떤가. ‘한국은 몰라도 삼성, LG는 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몰라도 한국문화는 안다’는 말은 없다. 다른 상품과 달리 문화상품은 국가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국을 알리는 노력은 곳곳에서 쉼없이 진행돼 왔다. 그 많은 지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문화상품 브랜드’는 기대수준 이하이다.
원인을 따지자면 바로 호설암이 말한 ‘사람’이다. 그동안 한국의 문화산업은 체계적인 육성보다는 몇몇 영재에 의한 산업이었다. 강제규와 강우석 감독은 영화사의 획을 긋는 영재이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영화를 대표 문화산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없다. 또 개발 선점을 향유한다고 온라인게임이 항구적인 세계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착각이다.
불은 지폈지만 개발인력이 아쉬운 캐릭터산업은 언제 영세성을 벗어날지 모를 일이다. 문화산업을 영재산업으로 인식하는 나라의 문화상품이 경쟁력을 가진 경우는 없다. 국민적 동감과 두터운 산업인력 없이 문화산업을 부흥시키기란 그저 ‘환상’일 뿐이다. ‘사람’과 ‘이름’의 결과물로서 도출되는 것이 ‘물건’이라면 사람의 부가가치를 인정하고 육성하는 것, 참여정부의 문화산업을 경영하는 이창동 사단에게 주어진 임무가 아닐까.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