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사이드]전자상거래와 맷돌론

 전자상거래 업계에 ‘맷돌론’이 유행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현주소를 우스갯소리로 빗댄 말이지만 이 ‘이론’이 내포하는 바는 사뭇 의미심장하다. 맷돌론은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는 거대한 맷돌과 같이 한 번 돌리기는 힘들지만 일단 돌아가면 탄력을 받아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처음 스타트에서 탄력을 받기 까지는 힘이 들지만 일단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면 그 다음에는 특별한 ‘동력’이 없이도 자연스럽게 수익을 낸다는 설명이다.

 맷돌론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전자상거래 업계가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는 방증이다. 사실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는 실속 없는 장사의 연속이었다. 밖에서는 매년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고 찬사를 보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아무리 비용 구조를 바꿔 주판알을 새로 튕겨 봐도 적자의 나날이었다.

 실제 국내에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첫 선을 보인 이후 어언 10년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완연한 흑자 구조를 이룬 업체가 없을 정도다. 매년 ‘흑자’를 고지로 숨가쁘게 뜀박질했지만 좀처럼 이를 달성하기가 버거웠다. 최고 경영자는 매년 신년 사업 계획을 준비할 때면 이를 포기할지 아니면 계속 끌어갈지 ‘장고’를 거듭해야 했다. 끌고 가지니 여전히 손익계산서는 마이너스고, 그만두자니 그동안 투자한 돈이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 수백 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불황이 극에 달하면서 관리 경영이 체질화된 지금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자상거래 사업에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이 같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연유한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수익 달성이 힘들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다. 전자상거래 붐 초기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전자상거래 비즈니스가 수익을 내기까지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의 리포트 임에도 당시 ‘10년 설’은 인터넷 붐과 맞물려 별다른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이론이 얼추 맞아 떨어지고 있다. 지난 95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아마존닷컴이 지난해 드디어 흑자를 일궈냈다. 인터파크 등 일부 업체도 분기지만 일부 흑자를 기록했다. 어찌됐든 10년 설은 맞아 떨어졌다. 맷돌론 역시 이론이 아니라 사실로 드러나 가뜩이나 움츠린 전자상거래 업계에 ‘기’를 불어넣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