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업계 `영등위 기피증` 확산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

 ‘피하는 게 상책?’

 온라인게임업계에 ‘영등위 기피증’이 확산되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의 등급 판정이 규제 일변도로 치닫는데다 최근 온라인게임 ‘비엔비’와 ‘겟앰프트’에 대해 18세 판정이 내려지면서 업계 일각에서 “영등위 심의는 일단 미루고 보자”는 대응논리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지난해 영등위 파동 이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문화관광부도 아직 이렇다할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손승철 엠게임 사장은 “영등위에 대한 업계의 불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급 언제 받을지 몰라요!”=강화된 영등위 등급 판정 방침에 따르면 온라인게임의 경우 최초 심의 통과 후 6개월내 패치가 이뤄질 경우 신고, 6개월 이후 패치가 이뤄질 경우는 재심의하도록 돼 있지만, 심의 신청을 미루는 업체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2년 11월 ‘리니지’ 버전 2종에 대해 각각 12세, 15세를 받은 이후 아직 심의를 신청하지 않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패치가 상시로 이뤄지는 데다 심의 잣대도 오락가락해 어떤 등급을 받을 지 예측불가능하다”면서 “PVP(플레이어킬링)가 있는데도 전체 이용가나 12세 등급을 받는 게임이 적지 않아 영등위 등급을 일단 미뤄보자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분 유료화 모델에도 급제동=이같은 분위기는 영등위가 부분 유료화 모델에도 제동을 거는 등 규제 일변도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등위는 윈디소프트의 ‘겟앰프트’에 대해 “현금 구입한 무기와 액세서리가 기능을 향상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게임의 구현이 아닌 현금으로 게임을 향상시키는 구조”라는 이유로 18세 판정을 내렸다.

 최근 온라인게임 시장이 포화되면서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 부분 유료화 모델도 강력하게 제제하겠다는 것이 영등위의 의지인 셈이다. 현재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은 ‘거상’ ‘비엔비’ ‘서바이벌 프로젝트’ ‘카툰레이서’ ‘시아’ ‘시티레이서’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 또다른 영등위 파동이 예고돼 있다.

◇명확한 배경 설명없어 ‘난감’=무엇보다 심의등급은 해당 게임업체가 게임을 수정하거나 사용자를 제한해야 하는 등 파급 효과가 큼에도 불구하고 영등위가 등급 사유나 수정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히지 않는 등 무사안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영등위가 ‘겟앰프트’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심의물 불량 등의 판정을 내리면서 3개월이나 심의과정을 끌어 왔으나, 심의물에 무엇이 문제인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지 않아 서비스업체인 윈디소프트는 사업 진행에 혼란을 겪었다.

 윈디소프트측은 “영등위가 지적한 무기는 게임맵에 들어가면 쉽게 구할 수 있고 액세서리는 게임대회에서 대회 참가자가 착용하도록 할 만큼 게임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어떤 점을 어떻게 고쳐야 되는 지 설명이 없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등급 판정에 영등위측에 문의하면 원칙없는 모호한 답변을 듣기 일쑤”라면서 “영등위측의 답변서를 모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