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이 최근 5세대 라인 캐파를 또다시 증설키로 결정, 양사간의 1위 경쟁은 물론 한·대만간 LCD 주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디스플레이서치가 분석보고서를 내고 올해 대만이 중대형 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맞물려 양사의 증설은 앞으로도 LCD의 양과 질에서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은 후발 대만업체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1위 지속, 혹은 교두보 확보를 위해 6세대, 7세대 가동에 앞서 5세대 라인을 추가로 증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당초 현재 14만장 수주인 5세대 라인의 생산 캐파를 20만장으로 늘릴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를 24만장으로 확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5세대 라인 캐파 증설을 두고 지난해부터 검토를 해왔으며 최근에 사실상 증설을 확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는 10월부터는 24만장 캐파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필립스LCD(대표 구본준) 역시 5세대 라인인 P5(1100×1250mm)의 생산 캐파를 현재 6만장에서 9만장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5세대 생산능력은 현재 P4, P5포함,12만장에서 하반기에는 15만장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회사는 이와 별도로 하반기부터는 6세대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어서 하반기부터 생산량을 급속히 늘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양사는 공식적으로 “아직까지 확정된 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1위 경쟁과 대만 견제 이중포석=양사가 이처럼 5세대 라인 증설에 나선 이유는 1위 자리를 수성하려는 삼성전자와 중대형 1위 복귀를 노리는 LG필립스LCD의 전략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또 6세대, 7세대 정상 가동 이전에도 충분히 생산 능력을 올려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증설 공백기를 대비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특히 다음달부터 패널 가격 하락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어서 수익보다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대만업체들의 차세대 투자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반도체 사례와 마찬가지로 후발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 시장 침체기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로 후발업체들을 투자 의욕을 꺾어보겠다는 전략도 내포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디스플레이서치, IDC 등이 최근 올해 대만업체들의 중대형 출하량이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이들 업체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올해 캐파를 감안하면 대만업체들이 중대형 부문에서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며 “지난해에 LCD 공급과잉이 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만업체들의 생산이 예상만큼 빠르게 올라오지 못해 공급부족이 현재까지도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대만업체들의 증설계획이 그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국내업체들은 오히려 2005년 이후에 펼쳐질 대만업체들의 6세대, 7세대 투자가 그대로 진행될 경우 지난 2001년과 같은 대규모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만을 방문한 디스플레이뱅크의 권상세 사장은 “대만을 방문하기 전에는 대만업체들의 5세대 및 차세대 투자에 대해 회의감을 가졌으나 직접 현장을 보고 미팅을 한 후에는 그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내와 달리 국가에서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주는만큼 국내 업체들은 충분히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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