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업계가 원가절감과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과 함께 잇따라 현지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면서 퀄컴의 로열티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에서 생산·판매하는 휴대폰에 한해 중국과 똑같은 조건(2.65%)으로 로열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퀄컴은 “한국 업체가 중국에서 생산·판매하더라도 한국에서 수출하는 것과 똑같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중국 시장 여건상 생산기지 이전은 물론 중국 업체 인수합병(M&A)에까지 나서고 있을 정도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도, 퀄컴이 한국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중국 업체보다 로열티를 3% 이상 높게 부과해 원가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중국 내수용 로컬 업체 수준으로’=국내 휴대폰업체는 중국의 현지공장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360만대씩, 여타 업체를 포함하면 올해 1000만대 규모의 CDMA 휴대폰을 중국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5배 이상 수준이다. 이 가운데 80∼90% 가량이 중국 내수용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퀄컴은 한국 업체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수출용으로 간주, 5.75%의 로열티를 부과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판매하는 휴대폰을 국내 수출용으로 보는 것은 누가 봐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외국계 업체들의 시장 장악을 막기 위해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어 현지화가 불가피한데도 퀄컴은 이 같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 국내 휴대폰업계는 올해를 정점으로 중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대부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어서 퀄컴과 로열티 문제를 놓고 적지 않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 ‘(나만의) 원칙대로’=퀄컴은 국내 업체들의 불만에도 ’자기만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 내수 로열티는 순수 중국업체에 한해서만 적용된다는 것. 국내 업체들이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든 중국 업체를 M&A하든 중국 입장에서 보면 외국업체기 때문에 로열티 인하는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퀄컴의 입장에 대해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못마땅한 표정이다. 중국은 지난 2000년 CDMA 시장을 개방하면서 로컬업체들이 향후 5∼6년간은 내수 시장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 내수는 낮게, 수출은 높게 잡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큐리텔 등 3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휴대폰업체가 중국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수출 업체들의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퀄컴 윈윈모델 만들어야=국내 업체들은 급기야 중국의 CDMA 부문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시장 상황도 별로 좋지 않은데 로열티만 높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퀄컴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GSM 휴대폰 칩벤더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 호시탐탐 퀄컴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TI와 공조를 모색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WCDMA 등 서비스가 진화하면 퀄컴이 과거와 같은 독점적 지위를 더는 누리기 힘들 것”이라며 “퀄컴이 GSM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선 국내 휴대폰업체들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한국에 최혜국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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