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5)미래형자동차

 차세대성장동력포럼이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전자신문이 후원하는 제5회 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좌담회가 25일 오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미래형 자동차 발전전략’을 주제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경수 한양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강건용 한국기계연구원 박사와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소기술연구센터 박사, 김현옥 쌍용자동차 파워트레인기술팀 부장, 고병석 GM대우 오토앤테크놀로지 선행차량기술팀 차장,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 등 5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참석자

강건용(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

배충식(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

김현옥(쌍용자동차 파워트레인 기술팀 부장)

고병석(GM대우 오토앤테크놀로지 선행차량기술팀 차장)

박심수(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

사회:이경수(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사회(이경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미래형 자동차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이끌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 및 과제를 소개해 달라.

 ◇강건용(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10대 성장동력에 포함된 산업 중 자동차가 가장 적합한 산업 분야다. 자동차는 우리의 주력 산업으로 국부 및 고용 창출에 기여도가 큰 분야다.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고용과 생산에 10%를 차지할 정도다. 또 자동차 생산도 세계 6위로 5.2%의 세계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관련 부품 시장도 20조원으로 총 산업의 4.8%를 차지한다. 선진국 사례를 살펴 보면 국가적으로 에너지와 환경정책에 연계해 국가 차원의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은 프리덤카, PNGV 등을 통해 수소에너지 자동차 연구가 한창이며 유럽은 클린 에너지카 등 디젤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국내는 체계화되지 않은 연구를 진행해오면서 원천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30∼60%에 지나지 않는다. 신형식 엔진 기술은 5년 이상 낙후돼 있다. 미래형 자동차의 부처별 현황을 보면 과기부는 마이크로 나노기술과 수소 및 신형식 연소 기술 등 핵심 원천기술에 집중하게 된다. 산자부는 하이브리드 신동력시스템, 지능형 자동차 안전시스템 등 제품화 기술을, 환경부는 청정연료 자동차 등 친환경 적용기술에 치중할 계획이다. 산자부는 연료전지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지능형 자동차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산업체 위주의 연구다. 과기부는 미래형 자동차의 배기가스 제로화 시스템 원천기술 확보가 최종 목표다. 미래형 자동차가 실현된다면 차세대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역량이 강화될 것이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지금의 5.2%의 점유율을 2012년까지 1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저유가 시대의 마감 및 대기오염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사회=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대한 산·학·연의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달라. 또 미래형 자동차와 연관된 텔레매틱스와 홈네트워크와 연관성도 설명 바란다. 과기부와 산자부, 환경부의 역할 분담이 돼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핵심 원천기술을 살펴보면 센서나 엔진 등 분야의 과제도 포함돼야 할 것으로 고려된다.

 ◇고병석(GM대우 오토앤테크놀로지 선행차량기술팀 차장)=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은 10년 전부터 연료전지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다. 이미 미국에서는 연료전지에 준하는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물론 상용화 차량은 아니지만 향후 개발을 위해 추진중이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했고 전세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도요타는 내년 한국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저유가 시대의 마감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연료전지 자동차는 기술적인 문제와 경제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에서 상용화된 하이브리드 차량이 개발되고 있고 국내 시장에도 런칭 계획이 있어 이에 대한 국내 시장의 대비도 필요하다.

 ◇김현옥(쌍용자동차 파워트레인기술팀 부장)=미래형 자동차의 방향은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차량이다. 그러나 연료전지 기술 개발과 이를 이용한 연료전지 자동차가 이원화돼 추진되고 있는 것이 조금은 우려된다. 연료전지 기술과 이를 자동차에 이용하는 데는 많은 제어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 쌍용자동차는 디젤을 기반으로 한 디젤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착수했다. 어느 부품이나 기술이 표준화돼 있지 않는다면 자동차 회사들이 가져 다 쓰는 데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미래형 자동차의 발전에는 연료전지 자동차 전에 수소연료 에너지를 이용하는 등 중간 단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연료전지 차량은 조금 더 먼 산업으로 보이며 중간 단계로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산·학·연 관련 연구자들이 조직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박심수(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2012년경에 연료전지 자동차 전망을 보면 그리 밝은 전망을 내놓는 곳은 없다.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한 가격문제를 보면 현재 325달러의 연구용 가격이 7분의1수준인 45달러가 돼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선정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이 과연 국가 미래를 이끌 산업으로 자리 잡을지 회의적이다. 현대자동차의 1년 연구비용이 1조7000억원 규모인데 국가의 미래형 자동차 개발 연구예산은 1년에 몇 백억원대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연료 전지에 3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한 대학에서 연료전지에 1200억원을 투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에 대해 정부가 적은 돈을 투여하고 생색만 내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 연료전지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연료전지 자동차를 국내 기업들이 선보인 적 있다. 그러나 이들 기술은 모두 외국의 기술을 수입한 정도다. 속을 뜯어 보면 모두 수입을 해다가 조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장 가능성 있는 미래형 자동차 분야는 하이브리드 분야며 절반 이상의 시장을 차지할 것이다. 예전에는 연료전지 이전의 중간 단계로 생각했었으나 이제 하이브리드는 하나의 산업 분야를 차지할 것이다. 국내의 하이브리드 수준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을까. 부품이나 엔진, 어느 분야도 제대로 개발된 분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일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할 때까지 이를 막아줘야 한다. 그래야 국내 기업들이 관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이다. 국내 연구현황은 해외 기업에 비해 4분의1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 규모를 할 수 없다면 자동차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잘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회=10년 후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그 규모에 맞는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효율 개선은 엔진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컨트롤 등 복합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배충식(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성장동력으로 10개로 나눠진 후 학생들은 이에 선정되지 않은 분야로 진학하려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화학공학이나 화학쪽에 관련 인력이 모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에서 보면 화학 등 연료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다. 엔진과 연료전지 등을 강의해보면 학생수가 다르다. 연료전지에 많은 학생들이 모이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가 아닌 다른 기술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핵심 원천기술 분야에서 연료전지는 차세대 전지 개발에 연계돼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발전 전략을 수립하면서 이들 간 연계를 강화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미래형 자동차에서 보면 가장 큰 기업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단순히 몇 백억원을 투여하는 것만으로 미래 자동차산업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가장 일선에 있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사회=대학에서 보면 기계와 전자 등 공학 분야가 기피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는 단순히 기계만이 아니라 관련 부품 등 인프라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강건용=우리나라 전체 R&D 예산이 5조원에 지나지 않는다. 과기부 전체 예산이 1조2000억원인 것에 반해 현대자동차의 1년 연구개발 비용이 1조7000억원이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선행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연료전지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 규모의 2배로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에서는 최근 신입사원을 비롯해 인력을 모집하면서 관련 연구진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자동차 산업이 성장동력에 선정됐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인력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본다. 전세계 어디를 보더라고 국가 연구개발 사업 예산이 민간기업보다 많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6T에 집중됐다. 이러다 보니 자동차와 관련된 기계분야는 포함되는 곳이 없었다. 이번 차세대 성장동력 선정으로 우수한 인력이 유치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족하지만 미래의 로드맵을 놓고 보면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우리나라는 엔진 분야에 대한 기술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떠오르는 지능형 자동차 분야에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강국의 이점을 살려 이를 자동차 산업에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고병석=대우고등기술원을 통해 연료전지를 개발해 관련 차량을 개발해 왔다. 이것은 순수 연구에 머물러있는 것이 사실이다. 센서와 반도체를 다른 기업들이 개발한 후 나중에 센서와 반도체 등을 가져다가 자동차에 전혀 맞지 않는다. 전혀 다른 로직이기 때문에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미래형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 산·학·연이 네트워크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는 이제 유압시스템 등 기계적 요소에서 전자적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등 자동차의 전체적인 구조를 모두 바꿔야하는 시점에 있다. 대우는 올해 안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발표하는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배충식=말씀하신데로 자동차는 복합적인 기술의 산물로 10개 성장동력 간에 표준화나 연계를 위한 전체 협의체가 필요하다. 미래형 자동차는 단순히 자동차에만 국한된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각 성장동력을 네트워크화해야 한다.

 ◇박심수=미래형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한 인력양성 측면을 보면 과거에는 우수한 학생들 논문을 발표했지만 최근에는 숫자는 물론 질이 많이 하락됐다. 인력양성을 특정한 센터를 만드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특정한 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하드웨어측면에서 낭비가 될 수 있으므로 그 동안의 학교와 연구소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사회=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관한 국가 계획은 기술개발과 시장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고정된 로드맵으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성 있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김현욱=산업계는 원천기술과는 별개로 운영된다. 산업은 바로 상업화를 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부분에 투자한다.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은 시스템 개발일 뿐 원천기술은 아니다. 핵심 원천기술은 관련 부품 기업들이 갖고 있다. 부품기업과 완성차 기업들이 자동차 설계 초기부터 공동으로 개발에 참여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계에서 하이브리드내에 원천기술까지 접근할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배충식=현재 차세대 성장동력과 관련해 예산은 큰 규모가 아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진행해온 사업과 연계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 또 회사가 하기 어려운 선행 연구와 기초 연구에 집중해 이를 회사에 나눠주는 것이 작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박심수=미국이 하이브리드 연구를 하지 않는 것은 일본 기업들이 관련 특허를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이브리드가 아니고 연료전지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백화점식으로 다 나열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만 하자는 것이다. 나머지 부분은 외국 자동차 메이커에서 사올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해 나가는 길이다.

 <정리=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