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금융권이 IT 시스템을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인사·재무 등과 함께 최고경영진이 관리해야 할 경영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차세대 정보시스템 등 대단위 IT 투자를 진행중이거나 앞두고 있는 금융권은 기존 투자분에 대한 효과 분석은 물론 IT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적극 검토하고 나서 ‘능동적인 IT 고객’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IT 자산에 대한 체계적 관리 부각=기업의 자산투자 항목 가운데 IT의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관리 및 운용은 직관적인 수준에 머물었다. IT 시스템을 각사의 핵심적인 자산이라는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금융권에서 IT자산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폭 넓게 형성되고 있다. 특히 IT자산관리시스템의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이 시스템은 IT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산재한 정보 자산을 일관된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투자효과 측정 및 평가, 표준화된 정보기술을 통한 시스템간 상호운용성 등을 실현함으로써 IT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툴이다.
최근에는 ‘기업자산관리(EAM)’의 개념으로 확장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 물적 자원은 물론 IT인력, 프로세스 및 아키텍처, 지식 산출 및 관리 등의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가트너 그룹은 최근 들어 정보시스템의 명확한 관리가 요구되면서 오는 2004년에는 기업의 60% 이상이 IT자산관리 프로세스를 정식으로 개발하거나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동향=지난해부터 차세대 정보시스템을 위시해 대단위 IT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금융권은 그동안 구축한 각종 시스템의 투자대비효과(ROI)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통합 IT’라는 관점에서 볼때 이미 구축된 시스템의 현황과 상호 연계성 및 효율성에 대한 분석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근간으로 향후 도입하는 신 시스템의 규모와 사양을 선택하겠다는 방침을 잇따라 공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IT성과관리 체계 구현을 검토해 온 국민은행은 올해 IT자산관리 시스템 도입을 본격화한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IT자산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국민데이타시스템·삼성SDS·포스데이타·오라클·SAP 등에 발송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IT자산 관리 프로세스 정립을 위한 컨설팅 및 시스템 구축, 시스템관리(SMS)·네트워크관리(NMS)·데스크톱관리(DMS) 등 시스템 자원관리 도구 등과의 통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향후 6개월 동안의 시스템 구축을 통해 IT자산관리 프로세스를 자동화한다. 자산관리업무의 편의성을 높여 IT자산의 현황을 파악함으로써 적정성 평가 및 체계적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제일은행도 지난해 고정자산관리 체계를 구현하면서 IT자산관리 시스템 도입을 도입, 체계적인 IT자산관리는 물론 각 자원 간 상호 운용성 및 표준화를 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동부그룹도 최근 자체 IT진단툴인 ‘동부시스템인덱스(DSI)’를 개발, 그룹내 금융계열에 적용하고 있다. 최근 IT ROI 시스템을 구축중인 신한은행을 비롯해 한미은행·동원증권 등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망=금융권의 IT투자는 통신 분야와 더불어 대규모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는 대단위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수립된 중장기 정보화전략계획(ISP)에도 불구하고 도입되는 시스템 규모가 방대하고 사용되는 기술이 워낙 다양해 전체 정보시스템의 구도를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IT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각종 금융 서비스의 안정성 및 다양성과 밀접해지면서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진도 IT자산에 대한 현황과 표준 데이터를 파악, 재무관리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해 IT자산의 관리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류형규 넥스젠테크놀러지 사장은 “현재 IT 서비스관리 등 IT 관리의 필요성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개별적으로 도입, 관리돼온 IT자산의 효율적인 관리로 ROI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