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생존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감하게 적응하면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윈’은 크고 강한 것이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살아남아서 진화한다고 했다. 기업도 사람과 같아 그대로 두면 군살이 붙고 몸무게가 늘어 적응 속도가 느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항상 긴장감을 유지하며 탄력과 유연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지향하는 이유이다. 물론 구조조정이 무조건 인력 감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조직에 변화와 혁신의 DNA를 이식하는 것이 상시 구조조정 체제 정착의 핵심이다.
창립 시부터 흑자경영을 지속하며 내실 있는 성장을 거듭해오던 중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2002년에 접어들어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됐으며 IT 분야의 경기침체는 더욱 심각했다. 고객들도 그 중요성을 간과한 채 정보보호에 대한 투자를 뒷전으로 미뤘다.
상반기에 구조적인 춘궁기를 겪다가 하반기 수확을 거둬들이는 것이 정보보호 업계 수익구조의 특성이다. 매출이 그다지 부진한 것은 아니었으나 날로 악화되는 경영환경 속에서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날로 커져 갔다.
많은 고민 끝에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과감하게 도입하기로 했다. 대표이사인 필자를 포함한 임직원의 업무구조를 분석한 후 곧바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역할 재조정과 우수인력 교체, 사업 분야에 대한 조정이 진행됐다.
그동안 기초기술로서 유지해오던 공개키기반구조(PKI) 사업부를 분사하고 방화벽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보안 분야에 더욱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분사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로 핵심 분야에 집중하면서 사업 파트너로서의 협력관계를 지속하기로 했다.
상시 구조조정 체제의 최초 도입 과정을 마무리한 후 어수선해졌을 법한 회사 분위기의 재정비와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자 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뚜렷한 미션을 품고 있는 임직원들은 필자보다 먼저 일어섰고, 먼저 목표를 향해 뛰었다.
그 결과 창립 3년째 구조조정을 겪은 2002년 그 해 우리는 ‘정보보호 업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위기와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단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순간이라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중단 없는 성장을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구조조정은 이것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