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전자 등 삼성 12계 계열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주요 12월 결산법인들의 주총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올해 주총은 비교적 높은 주가 수준을 반영,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투명 경영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외국인은 물론 국내 기관과 소액주주들도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참여연대, 3년 만에 삼성 주총에=최고의 실적과 주가를 내놓고 있지만 불법 대선자금 조성과 삼성카드 증자에 대해 참여연대와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참여연대는 3년 만에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해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삼성전자 주총은 98년에 13시간, 2001년에 8시간이 소요되는 등 주총 시즌의 큰 이슈를 제공해 왔다. 올해는 26일 비공개 검찰 소환을 받은 이학수 본부장의 재신임 여부와 불법 정치 자금지원 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카드(삼성캐피탈과의 합병법인)에 대한 증자 참여와 추가 증자 가능성 등이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문제 제기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SK, 현대엘리베이터 올해 최대 공방=올 주총 시즌 최대 관심사로는 표 대결이 불가피한 SK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총이 거론되고 있다. 소버린자산운용과 최태원 회장 측의 대결이 불가피한 SK는 다음달 12일로 주총일을 잡았다. SK텔레콤도 같은 날 주총을 갖는다. 최 회장 측은 일단 표심 획득을 위해 ‘SK텔레콤 핵심 경영진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소버린과 이에 동조하는 기관들의 맞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아직 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현대 그룹과 KCC가 대립 양상인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양측에 질의서를 보내 답변 내용에 따라 지지 대상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그밖에 경영권 분쟁중인 일부 코스닥 기업과 모디아·동아정기 등 유상증자 허위 납입 기업의 주총 현장도 주목된다.
◇올 주총 이모저모=올해도 ‘몰아치기 식’ 주총은 여전하다. 주총 일정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가 27일 일제히 주총을 열고 SK그룹사는 다음달 12일로 주총일을 몰았다. 관심을 분산하겠다는 게 가장 큰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LG그룹은 이달 27일 LG생명과학을 시작으로, 3월12일(LG전자)·16일(LG상사)·17일(LG석유화학, LG건설)·18일(LG생활건강)·19일(지주회사 LG) 등으로 주총 일정을 분산시켰다.
한편 증권거래소는 주총 예정 기업 가운데 38.7%가 다음달 19일에 주총을 계획하는 등 매주 금요일에 대한 선호(86.6%)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또 집단소송제 도입 등으로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보다 꼼꼼히 작성하게 되면서, 주총일정이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기관·외국인 실력행사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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