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유지보수 제값 받자"

국내외 업체들 제도화 요구 확산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 명문화 움직임이 국내외 IT 기업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미 국내 중견 IT 업체인 핸디소프트가 이 대열에 동참할 뜻을 밝힌 가운데 외국계 IT 기업으로는 한국사이베이스가 한국오라클의 뒤를 이어 오는 4월부터 새로운 SW 유지보수비에 대한 정책을 공식화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정보보호산업협회의 오경수 회장과 임원단은 정통부 석호익 실장을 비롯해 고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기획예산처가 8%로 한정해 놓은 유지·보수비는 원가 이하”라는 견해와 함께 공공기관 SW 유지보수비를 현실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통부측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개선 방향을 모색하자는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져 공공기관 유지보수비에 대한 변화 가능성에도 업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SW 업계에서는 비록 파편적이지만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이 국내 SW 유지보수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동참 여부를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다.

 ◇등장 배경=우선 다국적 IT 기업 본사에서 ‘한국식’ 관행을 마냥 수용키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순만 사이베이스 사장은 “미국 기업들이 잇달아 금융 사건이 터진 지난 2002년, 기업투명성 및 책임 강화 대책을 위해 정비된 법규(사베인즈-옥슬리법안)가 발효된 후 본사에서도 엄격한 회계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 차원에서 유지·보수비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배경 설명을 했다.

 이같은 이유가 다국적 IT기업 본사 운영에 관련된 정책에서 비롯했다면 외국계 SW업체들의 수익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도 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과거에는 라이선스비 위주의 매출만으로도 충분히 사업을 영위할 수 있으나, 현재의 수익구조를 맞추기 위해선 유지보수비를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운영 방식 천태만상=BEA시스템코리아는 본사의 지침만큼 유지보수비를 받지 못하고 있으나, 회계상 제품 판매 수익의 일부를 유지보수비로 처리하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본사의 양해가 전제돼 있다. 한국CA의 경우 건별로 본사로부터 협상을 통해 요율을 정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NCR테라데이타는 90% 이상을 지사 권한으로 처리하고, 고객사별 차등화된 요율을 적용한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인 한국사이베이스는 고객을 3개군으로 분류해 해당군의 요율을 유통성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사이베스측은 “고객 규모나 매출의존도 등이 다른데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만 한국 지사 차원의 제도를 정착시키고 점차 유지보수비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는 점에서 일보 진전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남은 문제=업계에서는 원론적으로 SW 유지보수 제도가 명문화, 현실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또 수요처에서도 제 값을 지불하지 않고 있는 국내 시장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는 데 동조하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지사 차원의 ‘운영미’다. SW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은 제도화를 반대한다기보다 인상폭 그 자체에 민감해 하는 만큼 초기 부담을 적정한 수준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사이베이스측은 요율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한국오라클보다는 현격히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사장은 “본사는 리스트 가격의 20%를 요구했지만 한국 상황에서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득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동근 한국NCR 사장도 “유지보수비를 현실화하는 것은 맞지만, 기존 상거래 관행을 하루아침에 무시하고 일방적인 통보로 제도를 적용하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한국 지사 차원의 권한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W 유지보수 안착은 지사 차원의 판단과 전략 그리고 자사 고객층에 맞는 객관적인 제도를 구체화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교적 세분화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IBM이 유지보수와 관련된 공식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객사별 특성에 맞는 계약 형태는 어쩔 수 없지만 보다 공개적이고 구체적인 제도가 뒷받침될 경우 고객사간 차등 계약으로 인한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