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유기EL합작 파트너였던 NEC로부터 삼성NEC모바일디스플레이(SNMD)지분을 지난달 말 모두 매입, 독자적으로 유기EL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삼성SDI의 유기EL사업이 한층 힘을 받게 됐다.
특히 삼성SDI가 이미 PM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AM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육성의지를 갖고 있어 유기EL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발돋음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NEC의 지분 왜 인수했나=NEC는 지난 2000년 초 브라운관 사업에서 철수한 뒤 TFT LCD, 최근에는 PDP사업을 파이오니아로 판매하는 등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점차 발을 빼왔다. 지난 2001년 NEC가 삼성SDI와 SNMD를 설립할 때만 해도 유기EL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으나 본사의 디스플레이 사업 축소 방침으로 지난해 중반부터 이 분야 사업 철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SDI가 능동형(AM)에 대한 투자를 NEC측에 요구하자 NEC측은 투자 여력이 없다고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마음이 급한 삼성SDI가 능동형 유기EL 개발 장비를 직접 구매, SNMD로 빌려주기도 했다. 삼성SDI는 이렇게 되자 자사가 능동형 유기EL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으며, 이 참에 아예 SNMD 지분까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NEC는 SNMD의 49%를 보유하는 조건으로 870여억원의 자금을 출자했으나 이 지분을 67%에 해당하는 591억원에 매각, 투자 원금도 못찾은 셈이 됐다. NEC는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NEC 출범시 지분을 투자하고 브라운관 기술을 제공했으나 결국 경쟁력을 잃어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진검 승부한다=삼성SDI는 유기EL파트너였던 NEC가 당초 기대와 달리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속앓이를 해왔으나 이번에 지분 인수를 계기로 유기EL사업을 크게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수동형(PM)분야의 경우 경쟁사보다 같은 원판사이즈를 이용하면서도 30% 이상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정도로 높은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인 능동형(AM) 쪽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올해 초 조직 개편에서 AM 유기EL 연구개발을 담당해온 중앙연구소 개발1팀 산하 AM 유기EL 사업화 부문을 사업조직인 모바일디스플레이(M/D) 본부 소속으로 이관했다. 또한 조만간 AM분야 양산 장비 발주를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고분자 방식의 AM 유기 EL연구활동이 활발한 유럽지역에서는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현지법인에서 200×200mm 사이즈의 시험 연구 설비를 마련하고 고분자 방식의 유기EL 연구에 나서는 등 연구 개발도 다변화했다. 그러나 AM 유기EL 기판으로 사용되는 저온폴리(LTPS)기판을 구매, 증착해 모듈화하는 후공정 중심의 능동형 유기 EL 사업을 추진중이어서 LTPS부터 후공정까지 일관공정으로 추진하는 일본·대만업체들과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는냐가 과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