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진흥회, "ATM 저가격 구조 개선 시급"

 국산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시장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경쟁력 약화의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회장 윤종용 http://www.eiak.org)는 재정경제부 인증기관인 한국경제조사연구원과 한국경제정책연구소, 한국물가정보 등 3개 조사기관을 통해 국내 ATM 제조업체 4개사를 대상으로 ATM 평균 제조원가를 조사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4개사 ATM의 평균 원가는 2086만원(VAT 제외)였으며 이에 따른 적정 판매가격은 2100∼2200만원 선으로 분석됐다.

진흥회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ATM은 2000만원 미만에 공급되고 있어 대부분 업체들이 제품을 판매하고도 수익을 전혀 올리지 못하고 있는 구조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반해 일본에서는 ATM이 최소 3000만원 이상의 가격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모두 환류식 입출금모듈 등 동일한 부품을 탑재해 만든 제품임에도 한국에서 유통 가격이 낮은 것은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진흥회의 관계자는 “ 국내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ATM의 환류식 입출금 모듈은 히타치, 오키, 오므론, 후지쯔 프론테크 등 일본업체로부터 전량 수입한 것으로 일본 은행들이 사용하는 ATM과 거의 똑같은 제품”이라며 “한국에서 공급하는 가격이 일본보다 현저히 낮아 현재 국내시장이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진흥회는 LG엔시스· 노틸러스효성· 청호컴넷· FKM 등 4개 회사가 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가격 왜곡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더욱이 지난 2002년 하반기부터 은행권들이 저가입찰 방식으로 기기를 도입, 업체간 출혈 경쟁을 유발했다는 것.

진흥회는 현재의 저가격 구조로는 국내업체들이 신제품 개발이나 부가 기능 추가를 위한 재투자도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현재와 같은 저가추세가 이어질 경우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국내 ATM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또 금융자동화기기의 핵심인 환류식 입출금모듈의 국산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ATM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프로젝트가 완성되기도 전에 업계 전체의 공멸과 더불어 ATM의 원활한 공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지적했다.

 진흥회는 국내 시장환경을 고려하면 최소한 2200만원 이상에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 가격 구조의 왜곡을 심화시킨 저가 입찰 대신에 은행권과 공급업체 간에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을 채택, 적정 가격에 따른 수요·공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