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유닉스를 기반으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키로 한 것은 향후 금융권의 IT 시스템 도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은 관련 금융권과 컴퓨팅 업계를 뒤흔들 만큼 규모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정보시스템 및 관련 조직은 다른 금융권의 벤치마킹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데다 그동안 컴포넌트기반개발(CBD) 등 신기술 적용이 적극 검토되면서 관련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돼 왔다.
국민은행의 유닉스 전환은 메인프레임과 유닉스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금융권 차세대 플랫폼의 무게중심을 일단 유닉스로 옮겨 놓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미 산업은행·외환은행·한미은행 등이 유닉스 환경을 구현했거나 결정한 반면 우리은행·기업은행은 메인프레임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향후 차세대 플랫폼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신한·조흥 은행, 농협 등의 선택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향후 3년 6개월 동안 여신·외환 등 계정계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은 물론 통합CRM 등 신시스템 구축에 나서며 우선 1년 뒤 1단계 신시스템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트랜잭션이 발생하는 수신 업무의 유닉스 전환은 당분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시스템 구축 및 안정화 정도에 따라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프로젝트와 관련, 국민은행은 1년여 동안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를 구축, 향후 시스템의 표준화 및 확장성, 상호 운용성 등의 극대화를 꾀해 현재 EA 적용을 추진중인 금융권 프로젝트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차세대 시스템과 관련해 우선 눈여겨 볼 대목은 통합 고객관계관리(CRM) 구축이다. 국민은행은 모바일·ATM·인터넷 등 다양해지는 고객 접점을 통합한 멀티채널 아키텍처를 수립,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를 위시한 통합 CRM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 규모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여수신 규모에 비춰 볼 때 수백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프로젝트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이 시장을 둘러싼 한국IBM·한국HP 등 글로벌 IT업체와 삼성SDS·LG CNS 등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간 수주전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일단 관련 금융IT 업계는 한국HP의 시장 우위를 점치고 있다. 한국HP·한국썬 등은 올해 금융권을 중심으로 대형 다운사이징 사이트 확보를 위한 입체적인 전략을 수립, 추진중이며 국민은행에 대한 영업태세를 갖춰온 SI업계도 사업수주를 위한 합종연횡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 차세대는 규모는 물론 향후 이어질 금융권 프로젝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향후 사업수주를 위한 공급자 간 물밑 연대가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