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로 온 국민의 시선을 한 몸에 받다 일본으로 진출한 홈런왕 이승엽 선수의 훈련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일본 야구팬들이 몰렸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깬 그의 명성 때문일 것이다.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화젯거리다. 연습과정만이라도 보려는 사람들로 ‘이승엽 선수 관광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개봉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인공인 장동건과 원빈은 영화 개봉 이전에 국제적 스타로 받돋음했다. 일본, 중국 뿐만 아니라 홍콩,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에서 이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요즘 잘 나가는(?) 한류스타들은 모두 열렬한 국제적 팬들을 몰고 다닌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얼마 전 발표한 ‘중국 내 한류현상에 대한 소비자의 잠재적 니즈파악 및 향후 접근전략’ 보고서에서 한류가 급속히 확산돼 거부감 없는 토착문화로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한류’가 유행이 아닌 ‘문화’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한류’에 대해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한국의 문화 고기압이 인근 국가의 문화 저기압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표현이다. 한국민이 일본문화 개방을 그리 두려워 하지않는 까닭도 한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의 경쟁력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류의 실익은 어떠한가. 영화, 드라마에서는 수출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 음악 등의 지지부진한 수출은 여전하다. 한류가 부상한지 이미 수년전인데도 국부창출의 자리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이른 듯하다.
한편에선 ‘한류’ 자체에만 흥분해 있을 뿐 이를 산업으로 연계시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단순히 한국스타와 한정된 한국문화에 열광하는 상황이라면 빨리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류의 상황은 문화접근성과 상품을 알리는 ‘1단계 마케팅’ 성공의 수준이다.
시너지를 높이고 문화상품 자체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2단계 마케팅’을 준비하고 나서야할 때다. 문화산업의 화두인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