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빛낼 `프론티어사업`](4)테라반도체 세계 선도

 올해 춘계 인텔개발자포럼(IDF).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 인텔은 매년 IDF 마지막 날 최고기술책임자(CTO) 연설을 통해 시대를 선도하는 개념을 발표하곤 했다.

 올해 인텔 CTO인 팻 겔싱어는 “테라의 시대(The Era of Tera)가 열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전 세계에 유통되는 인터넷 정보량이 테라(1테라=1조)바이트를 넘어섰고 세계 전화통화량도 이미 기가의 시대를 넘어 테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단장 이조원 http://www.nanotech.re.kr)은 이미 2000년 테라(Tera)급 반도체 시대의 도래를 예언하고 선도적 연구를 시작했다.

 이 사업단은 초고속, 초고집적, 초저소비전력의 나노 반도체를 개발, 향후 5∼10년 내 부딪치게 될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다.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은 ‘세계 최초로 할 수 있는, 카피 없는 우리만의 창의적 반도체’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역사가 그동안 선진국을 모방해 왔다면 테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한국이 반도체 산업기술을 선도해 보겠다는 의지다.

 이미 테라반도체 개발의 싹이 트고 있다.

 지난해 6월 끝난 1단계 사업 결과 삼성종합기술원 김정우 박사가 세계 최초로 테라급(회로선폭 30㎚)플래시 메모리인 소노스(SONOS) 메모리의 동작 특성을 확인, 플래시 메모리 집적 한계를 극복하는 전기를 마련한 바 있다.

 또 서울대 김기범 교수는 양자점 및 양자선 형성의 장비 원천기술(AIPEL)을 확보해 일본의 세계적인 전자현미경 회사인 JEOL과 협력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 돼 오는 2006년 6월까지 계속 될 2단계 사업에서는 회로선폭 25나노미터(nm)공정 기술을 응용해 테라급 메모리와 로직 요소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계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가는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것. 현재 상태로는 16기가(1기가=10억)급 소자가 마의 벽인데 이를 뛰어 넘어보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소자 개발에 필수적인 장비재료 기술이 받쳐주지 못하면 테라급 시대가 와도 소용이 없다. 소자는 개발하고 장비재료는 수입하는 현상을 반복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장비재료 뿐만 아니라 공정기술까지 병행해 연구 중이다.

 

 △이조원 단장 인터뷰

 “테라는 속도·성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이죠. 사업단은 ‘황우석 교수 급 연구 성과’를 선보일 작정입니다.”

 이조원 단장(52)은 외국에서도 이와 같이 선도기술 연구만 하는 컨소시엄은 없다고 자랑한다. 1단계에서 몇 가지 가능성 있는 ‘세계 최초’ 기술을 선보인 만큼 잘 가꾼다면 테라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창의적 연구가 고통스런 면이 있지만 꾸준히 지원한다면 세계 최초, 최고 제품을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를 연다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