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서비스 체계 문제많다

이통사-게임업계 `갑과 을`관계 고착화

 모바일게임시장이 연간 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구조와 유통 체계는 구태를 벗지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서비스와 유통을 맡고 있는 이동통신3사와 게임업계가 이른바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아닌 ‘갑과 을’의 상하 관계로 고착화되면서 경쟁에 의한 질적 발전, 시장질서를 통한 산업 성숙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폐쇄적 유통 구조로는 관련산업 발전은 물론 해외 경쟁력도 한계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이통사의 통신정책을 관장하는 정통부나 게임산업의 중추 부처인 문화부에 모바일게임부문을 정책적으로 지휘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전담기구가 없다는 점도 고성장을 뒤바침하지 못하는 ‘한발 늦은’ 행정의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줄서기 문화’ 만연=현재 구조로는 아무리 우수한 모바일 게임이 개발되더라도 이통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용자들은 그런 게임이 존재하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게임은 이용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자연히 모바일 게임은 이용자에게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이통사의 ‘입맛’에 좌지우지되는 형국인 것이다.

게임업체 M사의 사장은 “모바일게임을 팔 수 있는 곳은 오로지 백화점 3곳(이동통신 3사) 뿐이며 이외의 재래시장이나 통신판매, 대형 할인마트 등은 애당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면서 “즉 3개의 백화점 말고는 팔데가 없을 뿐더러 마케팅도 없고 유통도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왜곡된 시장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게임 업체들은 보다 ‘좋은’ 게임개발에 주력하기보다는 이통사에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한 전략에 더 골몰하게 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창의력과 해외 경쟁력 저해=자사 게임이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통할까’를 고민하는게 아니라 이통사의 제안에 ‘어떻게 통과될까’를 먼저 고민해야 되는게 게임업계의 현실이 되고 있다. 무선인터넷 강국의 기틀을 바탕으로 대대적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이 ‘열악한’ 국내 서비스환경을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의 하나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상용서비스 경험이 취약한 게임으로선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지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시장구조가 게임 개발 의욕을 깎아내릴 뿐 아니라 결국은 해외시장 실패로 연결되는 태생적 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플랫폼보다는 품질경쟁 구도를=대안으로는 ‘이통사 게임 공동유통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정 이통사에 가입한 이용자일지라도 무선인터넷망에 접속하면 타사의 모바일게임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가자는 것이다.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은 “망개방의 진정한 의미는 이통사간에 오가는 게임 등 콘텐츠도 완전히 개방돼야함을 뜻한다”며 “플랫폼 위주의 경쟁이 아니라 게임품질 위주의 경쟁이 모바일게임에 정착되는 것도 이를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도 지금처럼 이통사 나름의 게임선택에 제한 받지 않고, 자신의 흥미와 취향에 따라 게임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바라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