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TT도코모의 다치가와 게이지 사장 겸 CEO는 3세대 사업에서 발생한 막대한 투자손실을 조속히 만회해야 할 기로에 섰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도코모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글로벌 3세대 서비스 전략이 잇따라 난관에 부딪힘에 따라 중대한 기로에 맞고 있다.
NTT도코모는 지난 4년간 WCDMA기반의 자체 3세대 서비스 표준을 세계 시장에 보급하기 위해 무려 169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지분 투자를 감행해왔다. 그러나 잇따른 주가 폭락으로 투자금액의 거의 절반을 허공에 날리고도 아직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어 휴대폰 서비스로 세계 제패를 꿈꾸던 NTT도코모의 글로벌 전략은 원점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교두보로 여겨졌던 AT&T와이어리스의 지분 16%를 싱귤러의 M&A로 인해 매각하게 된 것은 NTT도코모로선 뼈아픈 손실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네덜란드의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KPN의 지분 15%를 45억달러에 인수했으나 경영난에 처한 KPN이 신규 주식을 발행하면서 지분률이 2%로 급락했다. NTT도코모는 또 지난 2000년 영국 시장에 ‘ i모드’ 서비스 보급을 목적으로 홍콩 허치슨 계열의 3UK에 17억달러를 투자했으나 기술적 이유로 상용서비스가 지금까지 지연되면서 모기업인 허치슨 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다.
NTT도코모가 3세대 사업에서 겪는 어려움은 내수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NTT도코모의 일본내 최대 라이벌인 KDDI는 CDMA2000기반의 3세대 서비스를 지난해 정액제로 전환했다. 이같은 상황은 사진, 동영상 등 트래픽 증가로 매출확대를 노리던 NTT도코모의 3세대 사업계획에 찬물을 끼얹었고 회사 경영진은 결국 지난주 정액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정부는 3세대 이통시장의 경쟁촉진을 명분으로 중국식 TDS-CDMA네트워크망을 채택한 3개 회사에 새로운 3세대 라이선스를 부여할 방침이라고 발표, 기존 이통업계를 경악케 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치가와 게이지 NTT도코모 사장은 “3세대 시장은 이미 도래하고 있으며 NTT도코모는 첨단 WCDMA기술로 관련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여전히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에서 3년전 시작한 자사의 3세대 이통서비스 포마(FOMA)의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섰으며 AT&T와이어리스 지분 포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WCDMA사업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치가와 사장은 “AT&T와이어리스가 연말까지 미국내 4개 도시에서 WCDMA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며 싱귤러와 T-모바일도 WCDMA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NTT도코모가 미국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영국 시장에서도 3UK를 대체할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 중이라고 언급했다.
결론적으로 NTT도코모는 그동안 해외 투자로 많은 손해를 봤지만 그 대가로 경쟁 기술인 퀄컴의 CDMA2000과 경쟁할 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NTT도코모가 올해안에 3세대 사업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경영진 교체는 물론 글로벌 전략의 전면적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