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과 충전기 분리 판매 이후 본래 취지와 달리 비정품 충전기가 대량으로 유통됨에 따라 정품 판매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충전기 표준과 분리 판매를 결정한 정보통신부가 직접 나서 비정품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물론 충전기 유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TTA 인증 ‘무용지물’=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인증한 24핀 표준 충전구조를 갖춘 휴대폰과 표준형 충전기를 지난 2002년 8월부터 시판하는 휴대폰 모델부터 개별 분리해 포장·판매토록 했다. 휴대폰 충전기 표준화와 휴대폰, 충전기 분리 판매를 통해 소비자의 비용 부담과 번거로움을 줄여주자는 게 정통부의 취지였다.
하지만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어렵게 TTA 인증을 받은 업체가 비인증 제품들 때문에 시장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벤처기업인 태인시스템은 최근 TTA 인증을 받고도 제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인시스템은 공급가를 휴대폰 제조업체들보다 4000원 가량 낮은 7000∼8000원대로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비정품 때문에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이는 휴대폰 대리점들이 비정품을 2000∼3000원대에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비인증 제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원칙대로라면 충전기를 휴대폰 판매량의 80% 정도 공급해야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다. 비정품이 활개를 치면서 재고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의 생산 방식을 통해 TTA 인증 충전기를 판매하고 있지만, 충전기 판매량은 휴대폰 공급량에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비정품 유통을 막지 않는 한 충전기 생산을 크게 줄여할 판”이라고 말했다.
◇‘유통 구조 개선해야’=비정품 충전기 유통 규모는 가히 충격적이다. 전체 시장의 60% 이상이란 게 업계의 정설. 지난해 8월 이후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 10명 중 6명이 비정품 충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비정품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기 힘들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비정품에 대해 보상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정품 사용을 최대한 유도한다는 입장이지만, 비정품 유통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고민이 크다. 휴대폰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정품 충전기를 사용하면 배터리뿐만 아니라 휴대폰까지도 손상시킬 수 있어 휴대폰 제조업체에도 이미지 훼손 등 악영향을 미친다”며 “소비자들은 정품 사용을 유도해야 하지만, 비정품이 시장에 아예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비정품은 폭발 사고 등 예상치 못한 소비자 안전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요구된다.
◇정부 대책 마련 ‘시급’=정통부는 휴대폰·충전기업체로부터 비정품 유통에 대한 불만이 접수되자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용산상가 등 일부 휴대폰 판매점들이 중국산 등 비정품 충전기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품 충전기 사용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대리점들에 정품 사용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정통부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충전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도 문제지만 지방의 경우 대부분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의 대리점들이 비정품 충전기를 판매하고 있다”며 “충전기 시장의 최소 50% 이상이 비정품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