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6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선진국의 납(Pb) 등 환경 유해 물질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올 연말을 목표로 친환경 생산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가 무연도금기술이라는 복병으로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전자 제품 납 사용량의 95∼98%를 차지하는 접합 재료인 납땜의 무연솔더 실용화에만 중점을 두어왔으나 정작 무연도금에 대한 준비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무연도금기술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업체는 애초 목표인 올 연말까지 친환경 생산라인 구축 일정이 일러야 내년 중순 또는 선진국의 환경 규제 시행 시점을 앞둔 연말까지 미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무연도금은 청정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본 등 선진국들도 내년 말까지 요구할 정도로 쉽지 않은 해결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난항겪고 있는 무연도금 소재=대부분의 전자부품에는 도금이 필수적이다. 부식과 전기 전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도금 재료로 납이 대부분 사용됐다. 무연도금을 위해서는 소재 대체가 필수적이다. 특히 무연도금 소재는 무연 솔더링에 대응할 수 있게끔 무연 솔더와의 상합성·젖음성·보존성 등에 대한 신뢰성이 우수해야 하고 이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팔라듐(Pd)·금(Au)·주석(Sn) 등이 무연도금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리드 프레임 등 일부에만 실용화되고 있을 뿐이다. 이밖에 Sn-Cu 합금·Sn-Bi 합금·Sn-Ag 합금·Sn-Zn 합금 등이 새로이 검토되고 있지만 아직 신뢰성을 완벽하게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또 무연도금할 부품의 내열성도 문제다. 납 도금을 할 경우 해당 부품은 230∼240℃ 정도에서 견디기만 하면 되지만 무연도금 소재나 무연솔더는 녹는점이 이보다 20℃ 가량 더 높다. 그만큼 해당부품이 고열에서 견뎌야 하는 것은 물론 부품의 특성이 변하지 말아야 한다.
◇완제품 설계부터 다시해야=더 큰 문제는 무연도금 소재가 상용화되더라도 완제품의 설계부터 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완제품들은 제각각의 부품 특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무연 소재로 표면처리된 부품들은 완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그 특성에 맞게 새롭게 개발돼야 하고 제품 승인도 일일이 받아야 한다. 일정한 실용화 시간과 생산 비용의 상승이 필수적이다.
특히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수백에서 수십 종에 달하기 때문에 삼성·LG 등 완제품 업체들은 모든 부품을 한꺼번에 무연 도금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업계는 접합 재료인 솔더의 무연화에만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대형 부품 업체를 제외한 중소 부품 업체들은 무연도금 대응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LG·삼성 등 완제품 업체들은 사업장별로 부품의 무연도금 진척 상황은 다르지만 연내 모든 사업장이 100% 친환경 생산 라인으로 넘어가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협력 업체인 조립 부품 업체를 대상으로 무연도금 기술에 대한 인력 지원을 하기도 버거운 상황이어서 개별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까지 일일이 지원할 수는 없다”며 “부품의 무연화 일정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