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의 주파수 분배나 사업허가 일정 등의 정책 방침에 대한 잦은 번복으로 인한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통부는 지난 1년간 여러차례 변경된 시그널을 내놓았다. 휴대인터넷의 경우 당초 지난해 말 사업자 선정방법 등을 확정하려 했으나 검토만 거듭하다가 결국 올해 하반기로 늦춰졌다.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와 올해 2월이었다가 올 하반기로 서비스 개시가 늦춰진 디지털멀티미디어(DMB) 방송도 겉보기엔 국회 파행에 따른 방송법 개정 지연이 원인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개정안 발의가 이미 상용화 시점을 지난 작년 11월. 그것도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이었다.
8월까지 주파수 할당방안을 확정하겠다고 지난해 4월 발표한 지상파LBS 서비스 정책도 아예 자취를 감추는 듯하다가 올 초 300㎒대역 주파수 용도 수요조사와 할당공고를 통해 슬그머니 되살아났다.
지난해 하반기 상용서비스 시늉만 낸 WCDMA와 1년 동안 검토에 머문 단말기 보조금 금지 예외조항 신설도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이동전화 번호 강제통합 방침은 아예 번복됐으며, 지난해 말이면 나온다던 상호접속료 산정 개선안도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통신사업자 분류제도 개선,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제도 개선, 주파수경매제 도입근거 마련, 무선랜 로밍 등은 2년째 정책발표 때마다 되풀이되지만 이렇다 할 성과나 진전 사항이 없는 경우다.
정보통신부가 브리핑이나 보도자료를 통해 쏟아내는 주요 서비스 정책방침은 통신사업자와 제조업체는 물론 여러 중소벤처기업에게는 시장의 주요한 시그널이다. 특히 정통부는 시장의 가치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한 통신사업의 허가와 규제라는 칼을 양손에 쥐고 있는데다 새 정부들어 9대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통신, IT산업은 물론이고 제조업 육성의 견인차까지 맡아 영향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정통부발 정책은 구체적인 방안이 곧 나온다는 예보만 남발되고 있다.
당초 전망과 달리 시장이 ‘뜨지’ 못하는 바람에 단말기·제조업체들이 여럿 문을 닫은 인터넷전화 업계가 착신번호 부여 등 제도개선을 몇 차례 늦추는 정통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단기적인 시장활성화와 장기적인 통신인프라 투자 두 가지 목표를 놓고 사업자간 경쟁관계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해, 검토 과정에 따라 정책을 수정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특히 민영화시대 통신사업자의 주주와의 입장충돌, 타부처와의 의견조정 등이 큰 변수”라고 해명했다.
정통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최근 추진중인 정책 프로세스 개선이 제대로 정착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도 이른바 ‘정책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업계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다.
특히 정통부의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없거나 동향 파악이 힘든 중소벤처 업체들은 사업기획이나 시점을 잡는데 어려움이 많다. 한 중소벤처업체 사장은 “회사 경영에서 가장 두려운 게 바로 불확실성”이라며 “정부와 의견조율 과정에서 정보를 얻으면서 정책리스크를 줄이는 KT, SK텔레콤 등 대기업들에 비해 훨씬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죽끓는`정책…`죽쑤는`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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