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SW 시장의 맹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토종 SW의 대표 주자인 한글과컴퓨터가 1000억원 오피스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오피스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항상 한국MS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조짐이 다르다.
한글과컴퓨터는 과거와 달리 성능면에서 MS오피스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매출 또한 급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MS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전과 달리 한글과컴퓨터를 겨냥한 직접적인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매출 4000억원을 이루겠다는 한국MS와 올해 매출 400억원 돌파를 내건 한글과컴퓨터의 목표가 이번 경쟁의 승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글과컴퓨터 ‘이번엔 다르다’=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이번에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한컴오피스 판매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던 MS오피스와의 파일 호환성을 90% 이상 확보했기 때문이다. 성능은 뒤지지 않지만 가격은 4분의 1 이하이므로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말을 증명하듯 작년 말 출시 이후 한컴오피스 판매 실적은 눈에 띄게 호전됐다. 작년까지 월 2000만원을 밑돌던 판매 금액은 올해 들어 2달만에 4억원을 넘어섰다. 산술적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50억원의 한컴오피스 매출 목표가 무난히 달성될 전망이다.
허한범 한글과컴퓨터 영업 및 마케팅 이사는 “당초 목표가 달성된다면 금액으로는 미미하지만 개수 기준으로는 오피스 시장 전체의 약 18%를 차지하게 된다”며 “올해 마케팅 예산의 60%를 한컴오피스에 쏟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글과컴퓨터가 한컴오피스의 전략 시장으로 삼는 곳은 아래아한글의 텃밭인 공공 시장이다. 이를 위해 하나의 공공기관 전체 컴퓨터의 70%에 해당하는 한컴오피스를 사면 나머지 30%의 컴퓨터에 아래아한글을 기증하는 특단의 영업 방안을 최근 도입했다.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는 ‘품질 보증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한컴오피스를 사용하다가 파일 호환성 등 문제점이 발견되면 이를 책임지고 고쳐준다는 것이다.
허한범 이사는 “미국에 이어 철수했던 일본과 중국 지사 설립도 추진, 해외 시장에서도 매킨토시 시장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며 “내년 9월에 출시될 차기 오피스 제품에서는 MS오피스와 마찬가지로 각 제품 사이에 완벽한 데이터 공유가 되는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MS ‘이변은 없다’=한국MS의 경우 오피스 시장의 경쟁상대는 ‘한국MS 자신’이라는 입장이다. 한글과컴퓨터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업의 성패는 기존 MS오피스 제품의 업그레이드 물량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한국MS는 ‘오피스 솔루션 파트너’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피스 솔루션 파트너는 오피스를 이용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만들어주는 한국MS의 협력 업체다. 고객 입장에서는 MS오피스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필요한 각종 솔루션을 저렴한 비용에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최기영 한국MS 부장은 “이제 MS오피스의 가치는 개인이 아닌 조직의 생산성 향상”이라며 “각 산업 별로 오피스를 이용한 솔루션 구축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오피스 솔루션 파트너가 이를 만들어가는 전위부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MS는 현재 80개 정도인 오피스 솔루션 파트너는 연말까지 200개로 늘릴 방침이다. 올해 들어 격주 토요일마다 실시하는 오피스 개발 교육도 이 작업의 일환이다.
물론 한글과컴퓨터를 견제하는 전략도 마련했다. 한글과컴퓨터가 공을 들이고 있는 교육 시장의 예봉을 꺾기 위해 한국MS는 곧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MS오피스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정상가의 3분의 1 수준인 20만원 정도지만 1개의 제품으로 3대의 컴퓨터까지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10분의 1 가격이다.
아직 논의 단계지만 PC 제조업체와 MS오피스 번들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주연테크 등 중견 PC 제조업체와는 번들 공급을 하고 있는데 그 대상으로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 등 이른바 메이저 업체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번들 가격은 정상 가격에 비해 매우 낮지만 수백만대의 PC 생산 물량을 감안하면 매출 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