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작페이지를 강제로 변경, 고정시키는 일명 ‘애드웨어’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애드웨어 공급업체와 이를 해제시켜주는 제거프로그램 공급업체간의 ‘창과 방패’ 싸움이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이 싸움은 특정기업의 ‘영업상 피해 여부’차원을 넘어 인터넷 시작페이지에 대한 이용자들의 선택권에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합법적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애드웨어에 따른 소비자 피해 구제 및 사전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작페이지 강제변경에 불만 고조=애드웨어란 SW를 무료로 사용하는 대신, 광고 팝업창이나 강제로 고정시킨 시작 페이지를 통해 이용자들이 광고를 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분쟁의 발단이 된 프로그램은 티엔씨엔터테인먼트(http://chickenmedia.com)가 제공하는 통합멀티미디어코덱 ‘치킨코덱’. 사용자가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특정 사이트(http://www.beegle.co.kr)로 시작페이지가 강제 변경된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의 불만신고가 잇따르자, 프리챌에서 유료보안 서비스를 제공해온 비전파워가 강제설정을 해제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비전파워는 최근 기존 보안프로그램 ‘PC지기’에 강제설정 해제 및 치료기능을 부가시켜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자 티엔씨엔터테인먼트 측이 비전파워 측에 대해 “해제 프로그램으로 저작권 침해는 물론 영업상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PC지기’에서 해당기능의 삭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도 불사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유료회원 보호다”와 “충분히 고지했다”=비전파워 측은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보낸 질의서에서 “사용자들이 ‘치킨코덱’ 설치 후 시작 페이지가 변경됐으나 그 원인이 ‘치킨코덱’ 때문임을 몰라 불편을 겪고 있다”며 “‘PC지기’는 ‘치킨코덱’의 본래 기능은 건드리지 않은채 페이지 강제 고정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해제에 대한 최종 선택권은 사용자에게 있다는 것을 주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프리챌 회원들은 ‘비글 시작 페이지가 다른 페이지로 변경되지 않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비글페이지가 시작 페이지로 등록됐는데 별것을 다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수동으로도 불가능하다’ 등 일관된 불만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티엔씨 측은 “홈페이지는 물론 이용약관 등에 시작 페이지가 변경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지했다”며 “‘치킨코덱’을 불법 애드웨어로 치부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용자 주의가 최선(?)=문제는 다수의 네티즌이 이와 유사한 애드웨어 설치에 무심코 동의해버린다는 것. 게다가 시작 페이지가 변경된 후에는 이를 제거할 수 없어 난감해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동의 절차를 어떤 방식으로든 명시한 애드웨어는 합법이므로 사용자가 팝업창 등의 동의 질문에 보다 세심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충고하고 있다.
최근 시작 페이지 변경 주의보를 발령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분쟁에서 양사 모두 애드웨어나 이를 제거하는 프로그램의 설치를 사용자가 선택하도록 돼 있어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충분한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는 소비자보호원 등에서 법적 구제 장치를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