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용 솔루션시장에 대한 다국적 IT기업들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면서 토종 솔루션업체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중소기업용 전사자원관리(ERP)시장 마저 MS·SAP·SSA 등 대형 외국기업들이 뛰어들어 본격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하면서 토종업체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국내 업체들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1400억원 규모의 국내 중소기업용 솔루션시장도 외국 기업들의 몫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몰려오는 다국적기업=그동안 한국시장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하던 오라클·SAP·MS·SSA 등이 중소기업 시장으로 영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BPM·EAI 등의 시장을 겨냥한 업체들의 한국행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비즈니스오브젝트가 한국지사를 개설하고 기업성과관리(EPM) 중심의 BI솔루션 영업을 시작했다. 매뉴지스틱스는 지난해 말 한국EXE컨설팅을 파트너사로 선정하고 공급망관리(SCM) 솔루션 공급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BPM업체인 스태프웨어는 올해 1월 국내 업체인 라운더스와 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으며 같은 시기 미국 ERP 전문업체인 QAD도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ERP솔루션 공급에 나섰다.
이밖에 페가시스템즈, 메타스톰 등도 국내 SW업체를 통해 BPM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중이다.
◇텃밭은 없다=시장진입 초기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가 대부분이지만 이미 시장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해 나가는 업체들도 많다. 한국MS는 지난해 10월 국내 SMB ERP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선언한 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국내 중소기업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MS가 자사의 ERP솔루션 ‘네비전’을 공급한 이 중소업체는 구미의 성일전자. 이를 시작으로 MS는 제약, 의류업종에 대한 시연을 강화해 조만간 10여곳의 사이트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상욱 MS코리아 영업부 차장은 “국내 중소기업의 70%가 MS의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며 “상반기 중에 파트너 정책을 확정되면 더욱 강력하게 영업을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기업시장에 치중했던 SSA글로벌은 올해 목표를 중기시장 확대에 맞췄다. 최근 중소기업인 한올제약과 존슨다이버시에 업무혁신을 위한 ERP솔루션을 구축을 완료하는 등 중기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 ERP 전문업체 QAD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를 집중 공략해 현재 5개 업체에 대한 영업이 마무리된 상태다.
김연호 지사장은 “올해 안에 15개 이상의 사이트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으로 특히 글로벌 솔루션이라는 이점을 살려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국내 업체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오라클·SAP·QAD 등 외국 ERP 공급업체들도 라이선스와 서비스 등을 포함한 ERP패키지를 중소기업에 맞게 재구성하는 한편, 가격도 기존 패키지의 40∼50% 수준까지 대폭 인하하고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응이 바빠졌다=더존다스의 남승주 부장은 “대형 외국업체의 공세에 대해 토종업체만이 가지는 특별한 강점은 사실상 없다”며 “세부적으로 특화된 업종에 대한 패키지 솔루션으로 가격경쟁력과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코인텍은 자동차부품·전기전자·조선·유통업체를 중심으로 3억원 이상의 중대형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영림원소프트랩은 제조업 부문에서 ERP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제조업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핸디소프트는 해외시장에 대한 BPM분야를 강화해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외국기업에 맞불작전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김규동 사장은 “다국적기업들이 브랜드 파워를 내걸고 한국시장에서 영업을 강화하면 핸디는 미국시장에서 브랜드이미지를 강화하며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